2025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된 가사 작품인 정훈의 '우활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우활'의 의미는 '사리가 어둡고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한마디로 어리석다는 뜻이지요. 이 작품이 '우활가'인 이유는 화자가 계속해서 자신이 우활하다는 말을 하면서 왜 우활한지에 대해서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화자가 왜 자신을 우활하다고 생각했는지 함께 살펴보시죠.
2025년 수능특강, 정훈의 가사 '우활가' 해석과 해설
그럼 본격적으로 정훈의 가사 작품인 '우활가'에 대한 해석과 해설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작품의 작가인 '정훈'의 작품들이 요즘에 EBS 연계 교재들과 모의고사에 자주 등장을 하고 있습니다. '월곡답가'가 2023년 수능특강에, '탄궁가'가 2022년 수능완성에 수록되었고, '용추유용가'는 모의고사에 출제되었습니다. 고전 시가 부분에서는 '정철 → 박인로 → 정훈'으로 유행이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철의 작품이나 박인로의 작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유명하니까 상대적으로 수능에 출제될 가능성이 낮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당연히 내신 시험에서는 '정철' 작품이나 '박인로'의 작품이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참고만 하세요. 제가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아니니, 그냥 예측만 해보는 것이지 저도 몰라요.
딴 얘기로 좀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활가'는 시작부터 화자 본인이 우활하다는 말을 하면서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우활하다는 말을 반복하지요. 특히 '우활도 우활할샤 그토록 우활할샤'라는 문장을 계속해서 반복을 합니다. 우선 이렇게 같은 문장을 반복을 하면 운율을 형성하고 그 의미를 강조하지요. 이 작품에서는 자신의 우활함, 즉 어리석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이 작품은 이 문장을 활용하여 시상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노래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정사가 바뀌는 부분에 이 부분을 넣어서 효과적으로 내용을 구분하면서도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이지요. '동일한 문장 구조의 반복'은 '동일한 통사 구조의 반복'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통사'가 '문장'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같은 구절 반복', 또는 '같은 시구'의 반복이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같은 뜻을 지닌 다른 말들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것이 시험 문제에 나오는 패턴이기 때문입니다. 말을 바꿔서 문제를 어렵게 만들지요. 시험을 볼 때 순간적으로 헛갈릴 수 있게요.
화자는 젊은 시절 '애경친형', '충군제장'과 같은 유교적 가치관을 충실히 따르려고 했습니다. 애경친형은 어버이를 사랑하고 형을 공경하는 것을 의미하고, 충군제장은 임금에게 충성하고 어른에게 공손하다는 뜻입니다. 사실 유교의 가장 핵심을 담고 있는 말들이지요. 하지만 화자가 생각하기에 젊은 시절에 그것을 충분히 못 이루었다고 여겨졌나봅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의 화자 자신이 우활하다고 평가하고 있지요. 거기에 '초가집이 비 새는 줄 알았던가'라는 말을 통해서 화자가 경제적으로 가난함을 드러내고, 자신이 하는 말들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음을 '어리석고 미친 말이 미움받을 줄 알았던가'라는 표현을 통해서 드러냅니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 다른 점 중에 하나가 자연을 즐겼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젊어서 유교적 가치관을 실천하고 입신양명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자연의 아름다움에만 취해서 살았다고 반성하지요. 보통 고전 시가는 자연을 예찬하고 자신이 자연 속에서 살아감을 만족하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은 것이지요.
화자는 그렇게 자연을 즐기다가 늙어버린 자신을 한탄하다가, 어차피 이렇게 우활한 것 세상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계속 우활한 것이 하늘이 준 자신의 운명이니 그냥 이렇게 우활하게 살아갈까 하는 체념적 정서를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이렇게 우활한 것이 타고난 것인가 하는 운명론적 가치관도 드러나고요. 그러면서도 우활한 자신의 처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화자는 다시 생각을 합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우활한 것에 대한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자신이 늦게 태어났다는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태평성대였던 요순시대에 태어났다면 자신도 평화로운 세상 속에서 성현의 말씀에 따라서 학업과 삶의 방식을 따랐을 텐데라는 말을 하지요. 그러니까 자신이 이렇게 우활한 것은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세상의 탓이 크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화자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생각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고요. 또 화자가 우활함에서 벗어나 자신의 뜻을 세상에 펼치고 싶어 했음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하지만 화자는 자신의 처지를 인식합니다. 늙고, 우활하고, 때도 잘못 타고난 자신의 처지를요. 그러면서 일평생 우활하게 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이러한 괴로움을 잠시나마 잊고 싶어 술을 먹고 취하려 하지요. 그리고 '아이야'라는 말을 통해서 '아이'라는 대상을 등장시키는데요. 이는 고전 시가에서 자주 쓰는 관습적인 패턴 중에 하나인데, 이 작품에서 '아이야'라는 표현은 시상을 마무리하기 위한 청자를 설정한 것입니다. 또 화자가 우활함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마음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고요. 또 맨 처음 부분에 '이봐 벗님네야'라는 말도 쓰고 있는데요. '벗님네'도 청자를 설정한 것이지요. 이러한 설정을 통해서 이 작품이 화자가 청자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을 하는 고백적 대화체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서 독자들은 좀 더 작품에 몰입을 하게 되고 화자의 처지에 더욱 공감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럼 충분히 설명을 드린 듯하니 주제를 말씀드리고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이 작품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계속 말하고 있었죠. '우활한 자신에 대한 한탄과 우활을 잊고 싶은 마음'이 되겠습니다.
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가사
성격: 한탄적, 체념적
주제: 우활한 자신에 대한 한탄과 우활을 잊고 싶은 마음
특징:
1. 동일한 통사 구조의 반복을 통해 운율을 형성하고 의미를 강조함(우활도 우활할샤 그토록 우활할샤).
2. 청자를 설정하여 화자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을 고백하는 형식을 취함(독자의 공감을 강화함).
3. 설의적 표현과 영탄적 표현(~할샤)의 반복을 통해 운율을 형성하고 화자의 정서를 강조함.
4. 고사를 활용하여 화자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반어적으로 드러냄.
구성:
서사(1~3행): 자신의 우활한 삶에 대해 토로하고 싶은 마음.
본사 1(4~18행): 젊은 시절의 우활함에 대한 한탄.
본사 2(19~24행): 말년의 우활함에 대한 한탄과 체념.
본사 3(25~37행): 우활함으로 인한 갈등과 괴로움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
본사 4(38~42행): 우활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한탄.
결사(43~46행): 술로써 우활함을 달래고 싶은 마음
해제
이 작품은 자신의 우활함을 한탄하며 자연에 은거하여 살아가는 자세를 노래한 가사이다. 화자는 스스로를 두고 '우활도 우활할샤 그토록 우활할샤'라고 탄식하는데, 이러한 한탄 속에는 시대를 제대로 타고나지 못하여 제 능력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투영되어 있다. 유교적 이상향을 떠올리며 '태고에 뜻을 두겠다'고 다짐하기도 하고, 자연 속에서 '우활'과 함께 살아가겠다며 체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결국 자신의 삶을 한탄하며 '우활'을 잊고 살아가고 싶은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우활'의 이중적 의미
화자가 자신을 우활하다고 하는 이유:
· 애친경험과 충군제장을 이루지 못하고 늙음.
· 가난함에도 근심하거나 부끄러워할 줄 모름.
· 어리석고 미친 말로 남들의 미움을 받음.
· 사시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느라 시간과 추위를 모름.
· 말솜씨를 배우지 못했으며 미모도 갖추지 못함.
→
· 화자는 표면적으로 사리에 어둡고 세상 물절 모르는 자신을 우활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한탄함.
· 우활하여 가난하고 남들에게 미움받는 삶을 살고 있다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이면적으로 유교적 가치를 지키며 신념에 따라 살고자 하는 화자의 모습을 드러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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