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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이근삼 국물 있사옵니다 해석 해설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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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EBS 수능완성에 수록된 희곡 작품인 이근삼의 '국물 있사옵니다'에 대한 해석과 해설 및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제목의 의미부터 설명을 드릴게요. 언어는 계속 바뀝니다. 정체되어 있지 않지요. 많은 사람들이 쓰면 생명을 가지게 되고,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없어지게 되지요. 이를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합니다. 사람이나 사회처럼 언어도 탄생과 성장 그리고 소멸이 있다는 것이지요.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요즘에 '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국물도 없어'라는 식의 말이 자주 쓰이는지 확신이 없어서입니다. 요즘 어린 세대들은 이런 말 잘 안 쓰는 것 같아서요. '국물도 없다는 말'은 아무것도 주지 않겠다 또는 상대방에게 배려하지 않고 잘해주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이 말을 반어적으로 표현하여 부정적인 방법을 포함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엇인가를 추구하면 얻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정리하면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면 국물도 없는 상태, 즉 손해를 보게 되고, 부조리하고 부도덕하게 살면 이익을 보는 사회적 모순을 드러내고, 그러한 사회적 모순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즉, 현대 사회의 부조리함을 풍자하고 있는 희곡이지요.

 

'국물 있사옵니다'의 핵심적인 요소만 짚어서 설명을 드릴게요. 우선 이 작품의 주인공인 상범의 가치관 변화입니다. 원래 상범은 성실하고 정직하며 착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온 결과가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가 친형과 결혼하고, 친형은 결혼식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아버지의 환갑잔치 준비도 떠넘겨 버리지요. 거기에 어떤 여름날에는 한 여자가 바다에 스스로 빠지려 들어서 상범이 구해줍니다. 그러나 고맙다는 말은커녕 뺨을 맞고 경찰서로 끌려가게 됩니다. 사실 이러한 상황들은 상범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모순된 것이지요. 정말 바람직한 것은 이러한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이겠지만 상범은 세상에 동화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를 추구합니다. 상범은 기존의 성실하고 정직한 가치관을 '옛 상식'이라고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려는 가치관을 '새 상식'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 상식'에 따라서 생각하고 행동하여 출세를 하지요. 작품은 '옛 상식'과 '새 상식'을 대비, 대조하여 올바르게 살면 손해를 보고, 부도덕하게 살면 이익을 보는 모순적인 사회와 더불어 물질과 출세만을 추구하는 1960년대의 황금만능주의와 출제주의를 형상화하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작품을 보세요. 내용이 생각보다 과격합니다.

 

이 작품은 희곡의 일반적인 모습과 다릅니다. 실험적인 요소들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지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상범이 관객들과 소통을 한다는 것입니다. 원래 희곡은 엄격하게 무대과 객석이 구분되어 서로 소통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요. 그러나 이 작품은 주인공인 상범이 관객에게 말을 걸면서 해설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서 관객이 극 중 상황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관객이 등장인물의 정서에 몰입되는 것을 막아 이성적 판단을 하도록 유도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수법을 '소외효과', 또는 '생소화효과'라고 합니다.

 

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희극, 서사극, 사회 풍자극

성격: 비판적, 풍자적, 반어적, 실험적

배경: 1960년대, 서울의 어느 아파트와 회사 사무실

주제: 부조리한 현대 사회에 대한 풍자.

 

특징:

1. 부조리한 사회에 절망한 주인공의 타락하는 심리를 밀도 있게 묘사함.

2. 관객과 소통하여 극 중 상황에 몰입을 차단하는 등의 실험적 요소를 활용함.

3. 옛 상식과 새 상식의 대조를 통해 정직하게 성공하기 힘든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비판을 강조함.

 

구성:

발단: 선량하고 평범한 젊은이 상범이 우연히 사장의 신임을 얻어 정식 사원이 됨.

전개: 박용자와 형의 결혼에 충격을 받은 상범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변함.

절정: 회사를 털려는 '탱크'의 계획을 미리 알고 쫓아가 사살한 상범은 포상을 받고 상무로 특진함.

하강: 사장의 며느리이자 과부인 성아미가 박 전무와 간통한 사실을 미끼로 아미와 결혼하는 상범.

대단원: 결혼 후, 성아미가 박 전무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지만, 개의치 않는 상범.

 

해제

이 글은 김상범이라는 선량하고 평범한 인물이 출세를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 산업 사회의 출세 지향적 삶과 현대인들의 속물근성 등을 비판한 본격적인 서사극이다. 당시 유행하던 '국물도 없다.'는 말을 반어적으로 활용하여, 수단이나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욕망의 충족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인물과 1960년대의 출세주의, 배금주의의 풍조를 풍자하고 있다.

 

서사극의 소외 효과

서사극은 1920년대에 독일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시작한 새로운 연극이다. 기존의 연극이 플롯을 중심으로 인과 관계를 밝히는 논리적인 사건 전개를 중심으로 하는 것과 달리, 서사극은 플롯을 거부하고 에피소드의 제시를 통해 관객 스스로가 극적 진실을 판단하도록 하는 변증법적인 양식이다. 브레히트는 친숙한 환경과 대상을 낯설게 보이게 함으로써 관객들이 객관적 세계와 거리를 두고 비판적인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이러한 서시 기법을 '소외 효과' 혹은 '생소화 효과'라고 한다. 소외 효과는 연극에서 현실의 친숙한 주변을 생소하게 보이게 만듦으로써 등장인물과 관객의 감정적 교류를 막고 관객이 무대의 사건에 대해 거리감을 형성하여 비판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치 중 하나가 해설자의 등장이다. 극 중 등장인물이 서사에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여 냉철한 이성력과 비판력을 요구하는 효과를 거둔다. 이근삼의 '국물 있사옵니다'는 기존의 사실주의 경향에서 벗어나 등장인물의 서사적 해설자 역할, 시공간의 불연속적 구성, 사실적 재현에서 벗어난 무대 구성 등과 같은 서사극 기법을 도입한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상범이 관객을 향해 말을 걸면서 삶의 내력과 가치관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은 극 중 인물이 해설자 역할을 수행하며 소외 효과를 거둠으로써 서사극적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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