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의 '밥물 눈금'은 밥을 지으며 물을 맞추는 일상적 행위를 통해서 '화자의 어려운 유년 시절을 회상하고, 어린 시절의 힘겨움이 삶의 지혜를 주었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손택수의 '밥물 눈금' 해설 해석 설명
손택수 작가의 현대시 작품인 '밥물 눈금'에 대한 해설과 해석,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밥을 할 때 밥물을 맞추는 일상적인 생활을 통해서 삶에 대한 깨달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작품 시작 부분에서 화자는 밥물을 맞출 때 물을 너무 많이 넣어서 밥이 질게 된 때도 있고, 또 물을 너무 적게 넣어서 된 밥을 먹게 된 날도 있었는데, 이제는 밥물을 맞추는 것에 익숙해져서 밥맛을 조절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때 물을 맞추는 기준은 '화자의 손가락에 있는 주름'입니다. 이것이 제목에 등장하는 '밥물 눈금'이지요. 화자의 손에는 주름이 많은가 봅니다. 그럼 왜 화자의 손에는 주름이 많을까요? 그렇습니다. 고생을 많이 해서겠지요. 즉 화자는 힘겨운 삶을 살아왔던 것입니다.
5행에서 화자는 자신의 손을 이용하여 밥물을 맞추다가 물이 출렁이는 것을 보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물꼬를 트기도 하고 막기도 하면서 눈에 물을 보러 가던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된 것이지요. 여기서 물꼬는 논에 물이 넘나들도록 만든 좁은 통로를 의미합니다. 벼농사에서는 물 조절이 정말 중요해요. 물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건조한 북미나 유럽 지방에서는 밀을 많이 재배하고, 습하고 강우량이 많은 동남아시아에서는 쌀을 많이 재배하지요. 우리나라는 쌀을 많이 재배하는데 강우량이 충분하다기보다는 단위 면적 당 쌀의 수확량이 밀에 비해 훨씬 많으니 쌀을 재배했던 것이지요. 대신 노동량은 밀에 비해서 쌀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으니까 쌀이 밀에 비해 유리했던 것이지요.
여하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화자는 '저녁때가 되면 한 끼라도 아껴보다는 생각에 친구 집에 놀러 가던 소년의 저녁이 떠오른다'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 소년은 누굴까요? 그렇습니다. 화자입니다. 즉, 화자는 어린 시절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가난한 상황이었던 것이지요. 화자의 '문현동' 시절은 밥이 부족해서 밥국을 끓여 먹었고요. 우리 밥을 죽으로 쑤면 양이 훨씬 늘어나잖아요. 작품에서 실재하는 구체적 지명을 활용하여 사실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문연동은 가난으로 인해서 화자가 일찍 성숙해야 했던 공간이지요. 11행에 보면 '가난한 지붕들이 내 손가락 마디에는 있다'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표현이 가슴이 아프면서도 정말 멋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난으로 인한 고생으로 인해서 화자의 손이 울퉁불퉁하게 늙은 것을 '가난한 지붕'이라고 표현을 한 것이니까요.
12~13행에서는 '일찍 철이 들어서 슬픈 귓속으로 / 봉지쌀 탈탈 터는 소리라도 들려올 듯.'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힘들었던 유년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함을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서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성장 후에도 어린 시절의 힘겨움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지요. 기형도 작가의 '엄마 생각'을 떠오르게 하네요. 여러분은 '봉지쌀'이라는 것을 잘 모르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봉지쌀은 말 그대로 라면 봉지 같은 것에 쌀을 넣은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불우 이웃 돕는다고 학교에서 내라고 해서 라면 봉지에 쌀을 넣어서 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기서 봉지쌀은 쌀을 포대로 살 형편이 안 되지 정말 조금씩 사서 먹었던 화자의 가난했던 형편을 드러내고 있는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탈탈'이라는 음성 상징어를 통해서 쌀이 부족할 정도로 가난했던 화자의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의성어를 통해서 생동감을 부여하고, 운율을 형성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힘겨웠던 어린 시절을 화자는 긍정하고 있습니다. '전기밥솥에는 없는 눈금을 내 손은 가졌다'라는 구절에서 잘 드러나는데요. 이것이 '밥물눈금'이지요. 비록 너무나도 힘겨웠던 경험이지만 이러한 힘겨웠던 유년기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즉, 화자는 '늙은 손'을 긍정함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주제는 '가난했던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과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회상적, 긍정적
주제: 가난했던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과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
특징:
1. 밥물을 맞추는 일상적 행위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드러냄.
2. 화자가 지닌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줌.
3. ‘탈탈’이라는 음성 상징어를 사용해 힘들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함을 부각함.
4. 청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힘겨웠던 유년 시절을 효과적으로 표현함.
5. 유사한 시구 반복을 통해 운율을 형성하고 의미를 강조함.
6. ‘~다’의 동일한 종결 표현을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함(각운)
구성: 1~5행: 밥물을 맞추다가 과거를 회상함.
6~13행: 가난으로 힘겨웠던 과거를 떠올림.
14~15행: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
해제
손가락 주름을 따라 밥물을 맞추는 일상적 행위의 반복 속에서 떠올린 유년의 기억을 통해 현재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자기 위안을 얻고 있는 작품이다. 밥물의 오르내림 속에서 화자가 떠올린 가난한 시절의 기억은 현재 화자의 눈에 보이는 듯, 귓가에 들리는 듯 선명하다. 화자는 유년의 기억을 현재와 연결하며, 비로소 얼굴보다 늙은 자신의 손이 전기밥솥에는 없는 눈금을 지니고 있다는 긍정적 인식에 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