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래의 '연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이 익어 연시가 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박용래의 '연시' 해석과 해설 및 설명
박용래의 현대시 작품인 '연시'에 대한 해석과 해설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연시'라는 말이 생소하실 수 있어 설명을 드리면, 물렁하게 잘 익은 감을 연시라고 합니다. 감이 연시가 되어 가는 과정을 묘사함으로써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섭리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지요. 이것이 이 작품의 주제이고요.
작품 자체를 단순하게 보면 '여름 땡볕을 맞으며 잘 익은 감인 연시가 눈이 오는 어느 날 제사상에 올랐다'는 내용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작품이 대단한 것은 이 짧은 글에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감이 익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시간이 흘러가면서 모든 것이 변해가는 자연의 섭리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용래의 '연시'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함께 살펴보면서 작품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의 시작은 '여름 한낮'입니다. '꽂힌 땡볕'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여름 낮에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표현하고 있죠. 또 '꽂힌다'는 표현을 통해서 '하강의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승의 이미지'는 긍정적으로, '하강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라고 해석을 하는데, 이 작품에서 '하강의 이미지'가 부정적인 의미를 갖지는 않습니다. 자연의 섭리를 드러내는 장치이지요.
이 땡볕을 감이 내려쬐고 연시로 익고 있습니다. 여름의 강렬한 햇볕을 쬐고 감이 연시로 익었음을 드러내고 있죠. 이를 통해서 작품은 시간에 따른 자연의 섭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연시는 '한쪽 볼 / 서리에 묻고 / 깊은 잠 자다'라는 표현을 통해서 감이 늦가을에 내리는 서리를 맞으며 감이 익어가고 있음을 알 수가 있지요. 또한 연시의 한 부분을 '볼'로 표현을 하고 '잠 자다'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의인화(의인법)가 쓰였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10행에서 '눈 오는 어느 날'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계절적 배경이 겨울로 바뀜을 알 수 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시상을 전개하고 있지요. 여름에서 가을 그리고 겨울이요. 그리고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통한 감의 변화를 통해서 자연의 섭리를 드러내고 있으니, 시간의 흐름이 작품 속에 드러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요.
이 잘 익은 연시는 제사상(제상) 아래에 놓여 있습니다. 작품에서는 '심지 머금은 / 종발로 빛나다'라는 구절로 표현을 하고 있는데요. 제사상에 오른 감을 등잔불에 비유하여 형상화한 것이지요. 마치 등잔불처럼 붉고 환하다는 의미입니다. 한 마디로 아름답고 풍요로워 보인다는 것이지요. 이 구절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게 설명을 드리면, '심지 머금은'은 감의 꼭지를 등잔불의 심지에 비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종발'은 '중발'보다는 작고, '종지'보다는 조금 넓고 평평한 그릇으로 중간 정도되는 사이즈의 그릇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용래의 연시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은 설명을 드렸으니 표현 상 특징을 설명드릴게요. 이 작품은 두 개의 문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잘 살펴보시면 문장이 딱 두 개입니다. 이것을 나누어 14행으로 배열한 것이지요. 이러한 행 배열을 통해서 간결함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시골적인 분위기를 내는 향토적, 토속적 시어들이 많이 활용되고 있지요. 예를 들면 '비름잎', '돌담' 같은 것들이지요.
또 다른 특징으로는 '상승의 이미지'와 '하강의 이미지', 그리고 '잠듦'과 '깨어남'을 대비하여 자연의 섭리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햇볕이 꽂힌다'는 표현을 통해서 '하강의 이미지'를 드러냅니다. 그리고 '돌담 위'라는 표현을 통해서 상승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지요. 9행에서는 '깊은 잠'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잠듦'을 드러내고, 11행에서는 '깨어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강과 상승의 대비, 잠듦과 깨어남의 대비를 통해서 생명의 순환 섭리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모든 것은 올라가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올라오며, 잠이 들면 깨고 또 깨면 언젠가 잠이 들게 마련이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세상 모든 것들은 생성하고 성장하며 소멸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해서 반복하게 되지요. 모든 것이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를 감이 익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지요.
이러한 자연의 섭리에 의해서 익게 된 연시는 그냥 자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 인간에게 혜택을 주지요. 결국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담은 감인 '연시'와 인간이 만나게 되지요. 이는 단순히 인간이 자연의 혜택을 받는다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만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며, 더 나아가 인간도 이 거대한 자연의 섭리의 일부분임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회화적, 묘사적, 향토적, 토속적
주제: 감이 연시로 익어 제상 아래 놓이기까지의 오묘한 과정.
특징:
1.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여 자연의 섭리에 의해 익어 가는 감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드러냄.
2. 두 개의 문장을 14행으로 배열하여 간결함과 절제미를 보여줌.
3. 상승과 하강의 대비, 잠듦과 깨어남의 대비를 통해서 생명 순환의 섭리를 잘 보여줌.
4. 제사상에 오른 감을 등잔불에 비유하여 시각적으로 형상화.
구성:
1〜6행: 여름의 땡볕에 익어 가는 연시.
7〜14행: 서리를 맞으며 익은 후 제상 아래 놓인 연시
해제
이 작품은 하나의 풋과일이었던 감이 한여름 땡볕 속에서 익어 서리 속에서 연시로 성숙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연시로 익은 후 제상 아래 놓이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자연의 오묘한 조화와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