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된 유배 가사 작품인 조위의 '만분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제목을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면 '숫자 일만 만 자에, 분노할 때 분, 노래할 때 가'를 써서 아주 아주 분노한 것에 대한 노래라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쉽게 매우 빡침을 노래함이라고 할 수 있지요.
조위의 만분가를 비롯하여 편집과 수정이 가능한 파일 형태의 EBS 수능특강 및 수능완성 해설 자료가 필요하시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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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위의 만분가 상세 해설
그럼 조위의 '양반 가사'이자 '유배 가사'인 '만분가'에 대한 해설을 본격적으로 해보죠. 작품 속에서 화자는 왜 그렇게 분노를 했을까요? 사실 답은 바로 윗 문장에 나와 있습니다. 억울하게 유배를 와서, 생전 겪어보지 못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거기에 언제 유배가 풀린다는 기약도 없고요. 이 작품은 작가인 '조위'가 '무오사화'로 인해서 순천에 유배 왔을 때 지은 것으로 알려진 가사입니다. 현대인의 시각에서 유배는 그냥 시골로 이사 가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유배'라는 형벌은 사형 바로 다음 형벌로 엄청 무서운 형벌이었습니다. 여러분들 혹시 '삼시 세끼'라는 프로그램이나 '싸우지 않으면 다행이야'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 보신 적이 있나요? 기반 시설이 없는 곳에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양반들은 한 번도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던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아무 기반도 없는 오지에 유배를 가서 자신의 생계와 관련된 일을 모두 자신이 해야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아무것도 없이 그냥 살 수는 없으니 당연스레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달리 말하면 그 지역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는 것이지요.. 마을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평생 글공부만 하고 벼슬 생활만 하며 도시 생활을 하던 양반 계층에서는 너무나도 힘든 형벌이었겠지요. 게다가 화자 자신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분노가 차 오를 수밖에 없지요.
이 작품은 이러한 화자의 원통함을 절절하게 쓴 가사로, 유배 가사의 효시, 즉 유배 가사라는 갈래를 만든 첫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철의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요. 특히 이 작품은 천상계와 하계(인간계)를 구분하여 화자는 옥황상제로 비유된 임금이 있는 천상계에서 쫓겨나 하계에 머물게 된 것으로 표현하고 있지요. 영웅 소설에서 많이 활용되는 일종의 '적강 모티프'를 활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철의 '속미인곡'에서도 이러한 패턴이 활용되고 있지요. 여하튼 이러한 상황에서 화자는 옥황상제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임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임금에게 자신의 결백함을 알아달라는 것이지요. 또 우리 문학에서 정말 많이 활용되는 형식인 여성적 화자를 설정하여 임에 대한 자신의 절실한 마음을 절절하게 드러내지요. 또 이러한 형식은 남녀 간의 보편적인 사랑을 활용하여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게 되고요. 이러한 방식으로 임금에 대한 충성과 사랑, 즉 연군지정을 드러내고 있지요.
솔직히 이 작품의 세부적인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을 드릴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고 고사를 인용해서 그것들을 일일이 설명을 드려야 하기 때문이지요. 세부적인 내용은 아래 첨부한 자료를 참고하시고, 저는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몇 가지만 설명을 드리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작품 속에서 화자는 자신이 죽어서 '두견새'가 되겠다고 말을 하고 있는데 고전 작품에서 두견새는 매우 중요합니다. 한을 상징하는 소재라서요. 이와 비슷한 소재가 '소쩍새', '접동새' 등이 있습니다. 다들 근원 설화들이 있고요. 울음이 슬퍼서 그런지 한을 상징하는 자연물들입니다. 꼭 알아두셔야 돼요. 이 작품에서는 한을 상징함과 동시에 자유롭게 이동하여 임의 가까이에 갈 수 있는 존재, 구슬프게 울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는 존재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구름'의 의미를 조심하셔야 됩니다. 문학 작품에서 구름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많이 활용됩니다. 긍정적인 소재인 해와 달을 가린다는 의미에서 부정적인 존재 또는 간신을 의미합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여기저기 떠다니는 자유로운 존재로 표현되기도 하지요. 물론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바람에 의해서 떠다니니 힘겨운 삶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고전 시가에서 '구름'은 주로 해와 달로 상징되는 임금의 총명과 은총을 가리는 존재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됩니다.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래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 '구름'은 자유롭게 날아가 임금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존재로 활용되고 있지요. 그래서 주의해야 합니다. 이렇게 구름이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 시조가 있는데 이항복이 쓴 시조인 '철령 높은 봉에'가 대표적이죠.
이렇게 다른 것으로 변신하는 화소를 '변신 모티프'라고 합니다. 주로 고전 소설에서 비중 있게 다루죠. 사실 이 작품도 임을 만나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싶은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드러내고 강조하기 위해서 '두견새'나 '구름' 등으로 변하고 싶다는 변신 모티프를 활용하고 있죠.
핵심 정리
갈래: 양반 가사, 유배 가사.
성격: 원망적, 한탄적, 충신연주지사.
주제: 억울함에 대한 하소연, 연군지정.
화자의 정서와 태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임에 대한 변함없는 충절을 드러냄.
특징:
1. 자연물을 매개로 화자의 정서를 표현함.
2. 고사를 인용하여 화자의 억울함을 호소함.
의의: 현전(현재 전해지는)하는 가장 오래된 유배 가사(유배 가사의 효시, 1498년 연산군 4년)
구성:
1~10행: 천상 세계에 올라가 옥활 앞에서 억울함과 원통함을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
11~13행: 초객 가태부와 비슷한 자신의 처지.
14~19행: 꿈과 같이 행복한 순간이 되어 준 임의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
20~24행: 임과 헤어진 후 임의 소식을 기다리는 간절한 상황.
25~32행: 지조 있는 신하가 미움을 받는 상황에 대한 한탄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40~46행: 유배지에 있는 자신을 살피지 않는 임에 대한 원망과 안타까움.
현대어 풀이
천상 백옥경 십이루가 어디인가 오색운 깊은 곳에 자청전이 가려 있으니 구만 리 먼 하늘을 꿈에서조차 갈동말동하구나. 차라리 죽어서 억만 번 변화하여 남산 늦은 봄에 두견새의 넋이 되어 배꽃 가지 위에 밤낮으로 울지 못하거든 삼청 동리 저문 하늘에 구름이 되어 바람에 흐르듯 날아 자미궁에 날아올라 옥황 향안 전에 가까이 나가 앉아 흉중에 쌓인 말씀 실컷 아뢰리라. 아아 이내 몸이 천지간에 늦게 태어나니 황하 물이 맑다마는 초나라 사람 굴원의 후신인가 상심도 끝이 없어 가태부의 넋이런가. 한숨이 나오는 것은 또 무슨 일인가. 형강은 고향이라 십 년을 유락하니 백구와 벗이 되어 함께 놀자 하였더니 아양 떠는 듯 사랑하는 듯 남 없는 임을 만나 금화성 백옥당의 꿈조차 향기롭다. 오색실 이음이 짧아 임의 옷을 만들지 못하여도 바다 같은 임의 은혜 조금이나마 갚으리라. 백옥 같은 순결한 내 마음 임 위하여 지키고 있었더니 장안 어젯밤에 무서리 섞어 치니 일모수죽에 옷소매도 차디차구나. 난초를 꺾어 쥐고 임 계신 데 바라보니 약수 가로놓인 데 구름 길도 험하구나. 오월에 날리는 서리가 눈물로 어리는 듯 삼 년 큰 가뭄도 원기로 되었도다. 죄 없이 옥에 갇힌 죄수가 고금에 한둘이며 백발황상에 서러운 일도 많고 많다. 건곤이 병이 들어 혼돈이 죽은 후에 하늘이 침음 할 듯 관색성이 비취는 듯 고정의국에 원분만 쌓였으니 차라리 눈먼 말같이 눈 감고 지내고자 멀고도 막막하여 못 믿을 것은 조화로다. 이러나저러나 하늘을 원망할까 도척도 성하고 백이도 굶어 죽으니 동릉이 높은 걸까 수양산이 낮은 걸까? 남화 삼십 편에 의론도 많기도 많구나. 남가의 지난 꿈을 생각거든 싫고 미워라. 고국 송추를 꿈에 가서 만져 보고 선인 구묘를 깬 후에 생각하니 구회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졌구나. 장해음운에 백주에 흩어지니 호남 어느 곳이 귀역의 연수런지 이매망량이 실컷 젖은 가에 백옥은 무슨 일로 쉬파리의 보금자리가 되고 북풍에 혼자 서서 한없이 우는 뜻을 하늘 같은 우리 임이 전혀 아니 살피시니 목란추국에 향기로운 탓이런가.
해제
조선 연산군 4년(1498) 조위(曺偉)가 무오사화(戊午士禍)에 연루되어 귀양 간 유배지 순천에서 지은 127구의 가사 작품이다. 당쟁의 결과로 유배된 신하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임금을 그리워하는 유배가사의 효시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또한 이 작품은 후대에 지어진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과 '속미인곡' 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후대의 유배가사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구성은 서사, 본사, 결사로 나눌 수 있는데, 서사에서는 유배지에서 왕에게 흉중의 말을 실컷 호소하고자 하는 동기가, 본사에서는 사화로 인해 전일의 영화가 현재의 억울하고 처참한 귀양살이로 바뀌었으나 이 역시 천명이니 임금의 처분만 바란다는 내용, 결사에서는 원한에 쌓인 자기의 심정을 안타까워하면서 만일 누구든 자기의 뜻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면 평생 동안 교유하며 공감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표현상의 특징은 천상의 세계에서 버림받은 여성을 서정적 자아로 설정하여 옥황상제를 그리워하는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辭)의 구도를 취하고 있다. 또 '만분가'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이 죄 없이 유배를 당하게 된 현실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의 정서를 아울러 표출하고 있다. 거의 모든 유배가사에 드러나듯이 억울하게 유배를 당하는 입장이라면 두 가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전일에 임금으로부터 받았던 은총과 그에 대한 그리움, 즉 연군의 감정일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을 그러한 처지로 전락시킨 정치적 현실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일 것이다.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이 두 가지의 감정을 효과적인 문학적 장치를 활용하여 독자들에게 설득력과 감동을 주는 장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조위 작가 설명
조위(1454-1503): 본관 창녕(昌寧). 호(號)는 매계(梅溪). 성종 5년 문과 급제, 성종의 총애를 받음. 호조참판, 충청도관찰사, 동지중추부사 겸 부제관(연산군때). 연산군 때 <성종실록> 편찬 도움. 연산군 4년(1498) 성절사(聖節使)로 명나라에 다녀오다가 때마침 일어난 무오사화로 김종직의 시고(詩稿)를 수찬한 장본인이라 하여 의주에서 체포, 투옥되었다. 이극균(李克均)의 극간으로 죽음을 면하고 오랫동안 유배되었다가, 순천으로 옮겨진 뒤 죽었다. 성리학의 대가로서 당시 사림(士林) 간에 대학자로 추앙되었고, 김종직과 함께 신진사류의 기수였으며, 글씨도 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