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EBS 수능특강의 수록된 전상국 작가의 현대 소설 '우상의 눈물'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위선적 폭력과 학생들을 선동하는 모습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당시의 시대적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전상국, 우상의 눈물 상세 해설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 해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줄거리를 아주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체 줄거리는 아래에 정리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폭력을 통해서 학생들을 지배하는 '기표'라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 '기표'가 제목에 등장하는 우상입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마치 신처럼 숭배되는 대상이며, 군림하는 존재이지요. 그런데 임시 반장이 된 서술자인 '나'는 기표를 비롯한 재수파의 심기를 건드려 집단 폭행을 당하게 됩니다. 새로 부임한 담임은 '나'에게 우회적으로 스파이 역할을 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 담임이라는 인물도 작품 속 비판의 대상으로, 학급을 능숙하게 관리하고 통솔하는 권위적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대리인을 내세워 조절하는 위선적인 인물이지요. 1학년 때 첩자 역할이 신물이 났던 '나'는 반장으로 '임형우'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담임과 반장이 된 임형우는 재수파를 해체시키고 기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요. 그것은 기표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동정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기표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폭로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기표를 도와주자는 모금 운동을 합니다. 심지어 기표의 이야기는 신문에 실리고 영화 제작까지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표는 더 이상 '우상'도 두려움의 대상도 아닌, 동정의 대상이며 불쌍한 한 아이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우상의 눈물'이라는 제목은 학생들 사이에서 군림했던 기표가 나약한 존재가 되어 좌절하는 상황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단순히 학교 폭력에 관한 소설이 아니라, 학급에서 발생한 사건을 통해서 당시의 시대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을 그것도 강인한 존재를 한순간에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전체주의적 질서의 폭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진실과 호의를 가장한 위선적인 모습들, 그리고 이런 것들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대중들을 지배하는 수법들을 보여주고 있지요. 따라서 이 작품은 1970년대 독재시절의 사회상을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고, 또 이러한 사회를 우회적으로 돌려서 비판하는 풍자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작품의 특징을 정리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학급 안의 인간관계를 작품 속에서 보여줌으로써, 당시 전체 사회의 질서가 어떻게 형성이 되고 유지가 되는지에 대해서 보여 줍니다.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꼬집어 말하고 있지요. 또한 겉으로 보이는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숨겨진 폭력, 위선적인 폭력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핵심 정리
갈래: 현대 소설, 단편 소설, 풍자 소설, 성장 소설
성격: 현실 고발적, 비판적, 풍자적
배경: 1970년대 말, 도시의 고교(출세 지향적인 산업화·도시화의 시기)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주제: 호의를 가장한 지능적인 폭력의 무서움(호의를 가장한 위선의 폭력성)
특징:
1. 관찰자인 ‘나’를 통해 인물들의 심리가 드러남.
2. 현실에 존재하는 위선과 폭력을 고등학교 교실이라는 축소된 공간을 통해 드러냄.
3. 행동을 통한 보여주기 기법(극적 제시)과 관찰자의 분석적 제시를 통해 인물에 생동감을 부여함.
4. 등장인물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여 풍자의 효과를 강화하고 참다운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유도함.
구성: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5단 구성.
발단: 임시반장인 나는 재수파에게 린치를 당함.
전개: 형우가 반장이 되고, 반장과 담임은 기표의 비행이 없도록 노력함.
위기: 부정행위를 도움으로써 기표의 자존심을 건드린 형우가 폭행을 당하고 입원하면서도 끝내 함구함.
절정: 담임과 반장의 주도면밀한 계획에 따라, 끝내 기표는 무기력한 학생으로 전락함.
결말: 기표는 가출하고,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무서워 살 수 없다'라는 기표의 생각을 알게 됨.
전체 줄거리
새 학기에 임시 반장이 된 ‘나’는 메스껍게 굴었다는 이유로 재수파에게 끔찍한 폭행을 당하게 된다. 얼마 후 가정방문을 온 새 담임은 자신의 뜻을 숨기고 ‘나’에게 반장직을 맡길 테니 학급의 정보를 자신에게 자주 알려 달라고 부탁하지만 ‘나’는 1학년 때의 첩자 노릇에 대해 회의를 느낀 데다가 담임의 의도를 파악한 상태여서 제안을 거절하고 대신 임형우를 추천한다. 이후 반장이 된 형우와 담임은 재수파를 해체시키고 기표를 몰락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형우는 기표를 무력화하려는 목적 아래, 표면적으로는 기표를 돕는다는 명목을 내세워 커닝을 주도하지만 그리 인해 기표의 심기를 거스르게 되어 재수파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그러나 형우는 기표를 고발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부각하고 그 과정에서 기표는 점점 소외된다. 재수파는 임형우를 폭행한 이후 와해되고, 형우와 담임은 기표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밝힌 후 모금 운동까지 벌인다. 기표의 이야기는 퍼지고 퍼져 신문에 실리고 영화 제작까지 이뤄지게 된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기표는 여동생에게 편지를 남긴 후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된다.
제목 '우상의 눈물'의 의미
‘우상’은 신처럼 숭배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나 사람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 ‘우상’은 물리적 폭력으로 신화적 존재가 된 기표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우상의 눈물’이란 자신을 둘러싼 위선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좌절하고 마는 기표의 모습을 의미한다.
인물 분석
· 나(이유대): 1인칭 서술자, 객관적 서술로 이중적인 사회의 단면을 노출하는 인물. 형우의 리더십을 부러워하면서도 그의 모략적이고 이중적 태도를 혐오함. 기표가 영원히 신화로 남기를 기대함.
· 최기표: 재수파의 리더로 폭력을 통해 신화적 존재가 됨. 하지만 담임과 형우의 주도면밀한 술책에 휘말려 허물어지는 인물.
· 임형우: 반장. 리더십이 있으나 반 아이들을 관리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인물(권력의 대리인)로 기표에게 기죽지 않고 맞대응하여 그를 좌절시키는 용의주도함을 지님.
· 담임: 학급 관리에 능숙한 면을 보여주며, 자신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선적이면서도 권위적인 인물.
해제
이 작품은 고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하여 그 내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양상의 폭력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서술자인 ‘나’는 합리적이고 날카롭지만 다소 냉소적인 태도의 소유자로, 기표의 폭력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표를 제압하려는 담임과 형우의 태도에서 위선을 감지하고 불만을 느낀다. 작가는 이러한 인물의 시각에서 사건을 서술함으로써 기표가 일으키는 물리적 폭력과 기표를 제압하기 위한 담임과 형우의 주도면밀하고 위선적인 술책 중 무엇이 더 폭력적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