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된 현대 소설이자 전후 소설인 임철우 작가의 '곡두 운동회'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곡두'라는 표현이 생소하실 텐데, 꼭두각시를 의미합니다.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인형을 의미하지요. 이 작품에서는 남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제목의 의미는 남의 의도에 따라서 가짜로 하는 운동회라는 의미가 되겠지요. 뭔가 되게 비꼬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작품은 무엇을 그렇게 비꼬고 비판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지요.
임철우의 곡두 운동회 상세 해설
임철우 작가의 현대 소설 '곡두 운동회'에 대한 해설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철우 작가의 작품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비롯하여 EBS 연계 교재에 많이 수록되고 있습니다. '사평역'이 2019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이 되었고, 2020년 수능특강에는 '아버지의 땅', 2021년 수능특강에는 '동행', 2022년에는 또 '사평역'이 출제되었고, 2024년 EBS 수능특강에 오늘 설명을 드릴 작품인 '곡두 운동회'가 출제되었지요. 요즘 거의 매년 임철우 작가의 작품이 출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임철우 작가의 작품 잘 챙겨두셔야겠지요? 특히 생소한 작품들은 더 잘 챙겨두셔야지요. 예를 들면 '곡두 운동회' 같은 작품이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곡두 운동회의 대략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950년 7월 28일 어떤 마을에 반란군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주민들에게 학교 운동장에 모이라는 소식이 전달됩니다. 그리고 해방군의 장교가 심판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새끼줄의 왼쪽과 오른쪽으로 마을 사람들을 구분하죠. 뭔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새끼줄은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나누는 것을 의미합니다. 왼쪽은 좌파, 오른쪽은 우파를 의미하지요. 회색 지대에 해당하는 가운데는 없습니다. 무조건 왼쪽과 오른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지요. 흑백 논리도 이렇게 심한 흑백 논리가 없지요.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한 사람의 운명을 너무나도 쉽게 그리고 극단적으로 결정해 버리지요. 삶과 죽음, 그리고 아군과 적군으로요.
정오가 되자 읍장이 일어나 이 상황이 불순분자를 색출하기 위한 연극이었음을 밝힙니다. 즉, 진짜가 아니라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연극을 한 것이지요. 그리고 반란군의 편에 섰던 사람들은 처형당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좌파와 우파로 갈려 이념 대립을 하고 처절하게 싸우는 것이 마치 운동장에 모여 꼭두각시처럼 시키는 대로 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누가 시키는지도 무엇이 옳은지도 왜 하는지도 모른 채, 새끼줄의 왼쪽과 오른쪽에 서는 것과 같이 아무 의미 없는 편 가르기를 하고 서로 피를 흘리며 싸운다는 것이지요. 이 작품은 '연극', '운동회', '새끼줄'과 같은 표현을 통해서 이념 대립은 실체가 없고 의미도 없는 것임을 강조하며 이념 대립의 허구성에 대한 날 선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즉, 이 작품의 주제는 전쟁(이데올로기 대립)의 폭력성과 좌파와 우파 간의 이데올로기 대립의 허구성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단편 소설, 전후 소설.
성격: 비극적, 비판적.
배경: 1950년 7월 28일, 바닷가 최남단의 소읍 마을.
주제: 전쟁(이념 대립)의 폭력성과 이념 대립의 허구성에 대한 비판.
특징:
· 하루 동안 전개된 사건을 시간 순서에 따라 배열함(순행적 구성).
· 불순분자 색출을 목적으로 기획된 거짓 연극을 통해 전쟁의 폭력성을 드러냄.
·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와 그것에 무신경한 권력자의 모습을 대비하여, 주민들을 기만하는 권력자의 비인간적 면모를 보여 줌.
· 권력자의 정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념적 정체성을 강요당하고, 그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주민들의 상황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전쟁 상황을 비판함.
전체 줄거리
가상의 한 마을, 어느 날 갑자기 반란군이 진주해 들어오고 마을 사람들은 세상이 뒤집혔다고 여기며 숨죽이는데 오로지 그간 반란군에 몰래 동조해 왔던 소금 장수, 대장장이 등은 기세가 등등해진다. 곧 사람들을 모두 학교 운동장에 모이게 한 반란군들은 운동장을 새끼줄로 분할하여 동조자와 비협조자로 나누고, 비협조자들로 분류된 이들은 곧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인다. 마을 사람들 모두에 대한 분류가 끝나고 죽을 운명에 놓인 이들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아군들을 실은 트럭이 들어오고 반란군 복장을 했던 이들이 아군 군복으로 갈아입는다. 이 모든 것이 반란군 동조자를 색출하기 위한 연극이었음을 안 마을 사람들의 희비가 갈리고, 소금 장수, 대장장이 등은 속았다며 절규한다.
곡두의 의미
곡두: 꼭두각시. 남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나 조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일종의 위장극 속 역할로 조종당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
→ 전쟁의 폭력과 이념적 갈등 속에서 국가 안보를 내세워 부조리한 일을 벌인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겪었던 혼란과 고통을 부각함.
소재의 상징적 의미
· 운동장: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한민족이 둘로 갈라지는 전쟁터가 된 한반도.
· 새끼줄: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인한 편 나누기. 분단.
· 새끼줄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뉜 사람들: 양쪽 편 중 어느 쪽인지 밝힐 것을 무력적 위협 속에 강요당했던 우리 민족의 모습.
해제
이 소설은 가상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이념 갈등 속 권력자들의 폭력적이고 기만적이며 비인간적인 면모를 그려 낸 작품이다. 권력자들이 반란군 동조자들을 색출해 내기 위해 스스로 반란군으로 위장한 후 마을 사람들을 속이는 모습, 그들이 꾸민 연극에 따라 마을 사람들의 생사가 갈리는 모습 등을 통해 한반도를 휩쓸었던 이념 갈등으로 사람들이 겪었던 고통을 풍자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