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의 고전 시가이자 연시조, 그리고 평시조 작품인 '풍계육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의 주제는 속세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아갈 것에 대한 '권유'이지요. 제목에 등장하는 '풍계'는 '단풍 풍'에 '시내 또는 산골짜기를 의미하는 계'를 사용하여 아름다운 자연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6수의 노래 '육가'를 부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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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 풍계육가 해설
그럼 본격적으로 이정의 '풍계육가'에 대한 해설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이 작품의 형식부터 설명을 드리면, 이 작품은 시조의 정형적인 모습을 지닌 평시조이자 6개의 수로 이루어진 연시조입니다. 연시조 중에 6수의 구성을 지닌 작품들이 많은데 이것을 '육가'라고 하지요. 형식은 이 정도만 아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블로그는 입시에 초점을 맞춰서 해설을 진행하니까요.
'풍계육가'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양반 가사의 주제를 가지고 있지요. '아름답고 이상적인 공간인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자연 친화적 정서, 어지러운 속세에서 멀리 떨어져서 살고 싶다는 탈속적 정서, 가까운 벗이 오면 자연 속에서 술을 마시며 즐기는 풍류를 즐기는 삶,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높은 경지와 끝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영원한 자연을 배우며 군자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 속세의 더러움(홍진)을 벗어나 살아야 한다는 권유'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의 모든 내용을 나열한 것인데요. 조금 더 설명을 드리면 화자 자신을 겸손하게 표현하고, 가난한 상황 속에서 만족하면서 살겠다는 안빈낙도, 또는 안분지족의 삶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자발적으로 속세와 단절하겠다는 노력과 의지를 강조한 부분이 두드러지는데요. 제2수에 등장하는 '손수 닫은 문', '문을 늦도록 닫치었소'와 같은 부분입니다. 세상과 화자 자신이 단절되도록 자신의 손으로 문을 닫았지요. 그리고 듣도록 문을 닫았는데 강세의 접미사 '치'를 활용하여 더욱 강조하고 있고요. 이러한 작품의 내용을 정리하면 '자연은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배울 것이 있으며 욕심이 없는 무욕의 긍정적이고 이상적인 공간', 속세는 더럽고 번잡하며 욕망이 들끓는 부정적인 공간'으로 표현하며 이분법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지요. 전형적인 양반 문학의 특징 중에 하나이지요.
사실 이 부분에서 재밌기도 하고 착각하시면 안 되는 것이 유교(유학)는 현실적인 철학이고 학문입니다. 현실을 올바르게 개혁하려고 발생하고 발전한 것이 유교입니다. 따라서 유교는 현세에 관심이 많은 학문입니다. 유교의 가장 최종적 목표는 입신양명입니다. 자신이 출세하여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이 부모에게 하는 최고의 효도하는 겁니다. 따라서 양반 또는 유학자의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현실 사회, 즉 세속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속세를 멀리하는 삶을 멋있게 생각했고 동경했다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또 이러한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작품을 많이 썼고요. 따라서 유학이 속세를 멀리하는 학문이라고 착각하시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양반들의 자연 친화적 태도와 속세를 멀리하는 태도는 일종의 코스프레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계속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가끔 번잡할 때 속세를 떠나 있는 것이지요. 진짜로 돈 없고 능력이 없으면 자연 속에서 살 수 없습니다. 살아도 정말 처절하게 살아야 하지요. 텔레비전에서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힐링을 얻는 것과 내가 진짜로 산속에서 모든 것을 다 자력으로 생산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말이지요. 물론 그러한 상이한 생각이 공존했던 양반 계층을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관념적인 작품들과 현실적인 작품을 분류할 줄은 알아야 합니다. 실제로 처절하게 힘든 삶을 살아가야 했던 양반들의 푸념을 담은 작품들이 있고 그 작품들이 많이 시험에 출제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정_풍계육가
<제1수>
청풍(淸風)[맑은 바람]을 좋이 여겨 창을 아니 닫았노라.[맑은 바람이 들도록 창을 열어둠]
명월(明月)[밝은 달]을 좋이 여겨 잠을 아니 들었노라.[밝은 달을 즐기느라 잠들지 아니함 →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과장하게 표현함, 대구]
옛사람 이 두 가지[청풍과 명월, 자연(대유법)] 두고 어디 혼자 갔노. → 두 가지 해석(1: (자연을 버려두고 혼자 어디로 갔는가 → 나만 자연을 즐길 줄 안다는 자부심, 2: (자연을) 버려두고 어디를 혼자 가겠는가 → 반어적 질문을 통해 '아무도 자연을 버릴 수 없다'는 뜻을 강조함
제1수: 자연을 가까이하는 삶
현대어 풀이: 맑은 바람을 좋게 여겨 창을 아니 닫았노라 / 밝은 달을 좋게 여겨 잠을 아니 들었노라 / 옛사람 이 두 가지 두고 어디를 혼자 갔나
<제2수>
내라서 누구라 하여 작녹(爵祿)[벼슬과 녹봉]을 맘에 둘꼬. → 겸손함
조그만 띠집[초가집]을 시내 위에 이룬 바 → 소박함, 안분지족, 안빈낙도
어젯밤 손수 닫은 문[속세와 단절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을 늦도록 닫치었소.[닫았소]
제2수: 세속적 삶을 거부하고 자연에서의 삶을 지향함
현대어 풀이: 내가 누구라고 하여 벼슬과 녹봉을 마음에 둘꼬 / 조그만 초가집을 시내 위에 지어 놓은 바 / 어젯밤 손수 닫은 문을 늦도록 닫치었소.
<제3수>
상 위에 책을 놓고 아래 신을 내어라.[반가운 손님이 오자 하던 일을 중단하고 맞이함]
이봐 아해야, 날 볼 이 그 뉘고.
알게라, 어제 맞춘 므지술 맛보러[손님이 방문한 목적] 왔나보다. → 벗과 함께 풍류를 즐김
제3수: 풍류적 삶을 즐김
현대어 풀이: 상 위에 책을 놓고 상 아래 신을 내어라 / 이바 아해야, 날 볼 이 그 뉘고 / 알게라, 어제 맞춘 므지술 맛보러 왔나 보다
<제4수>
두고 또 두고 저 욕심[속세 사람들의 욕심] 그지없다.[끝이 없다] → 화자와 대비되는 속세 사람들의 탐욕
나는 내 집에 내 세간[집안 살림에 쓰는 온갖 물건]을 살펴보니
우습다 낚싯대 하나 외에 거칠 것이 전혀 없어라.[집안에 세간이 거의 없어서 팔이나 막대를 휘둘러도 걸리는 것이 하나도 없음 → 화자의 청빈한 삶(안분지족, 안빈낙도)]
제4수: 욕심 없는 청빈한 삶에 대한 만족감
현대어 풀이: 두고 또 두고 저 욕심 그지없다 / 나는 내 집에 내 세간을 살펴보니 / 우습다, 낚싯대 하나 외에 거칠 것이 전혀 없어라
<제5수>
산[한결같은 영원한 존재(긍정적), 의인화]아 너는 어이 한결같이 높았으며[산의 높은 경지]
물 [한결같은 영원한 존재(긍정적), 의인화] 아 너는 어찌 날날이 흐르느냐.[물의 영원성] → 변함없는 산과 물을 예찬함, 대구
처간(處間)[초야, 궁벽한 시골]에 인지(仁智)한[어질고 슬기로운] 군자[화자 자신]는 못내 즐겨 하노니라. → 변함없는 자연 속에서 즐기며 사는 모습(자연의 모습을 본받으려 함)
제5수: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
현대어 풀이: 산아 너는 어이 한결같이 높았으며 / 물아 너는 어찌 나날이 흐르느냐 / 초야에 어질고 슬기로운 군자는 못내 즐겨하노라
<제6수>
오두미(五斗米)[다섯 말의 쌀 → 얼마 안 되는 봉급, 세속적 욕망]위하여 홍진(紅塵)[붉은 먼지 → 더러운 속세에 대한 비유적 표현]의 나지 마라. → 속세와의 단절을 권유함
바람 비 어지러워 칼 톱이 무서워라.[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속세]
나중에 슬코 뉘우치나 기구하다[세상살이가 험난함] 기로다단(岐路多端) 하여라.[갈림길의 갈래나 가닥이 많음 → 인생의 우여곡절이 많음]
제6수: 속세에 나가는 것을 경계함
현대어 풀이: 얼마 안 되는 봉급을 위하여 속세에 나서지 마라 / 바람과 비가 어지럽고 칼 톱이 무서워라 / 나중에 실컷 뉘우치게 된다. (속세의 삶이) 기구하고 우여곡절이 많아라
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연시조, 평시조
성격: 예찬적, 풍류적
주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만족감.
특징:
1. 대구법을 활용하여 자연 친화적 태도와 자연 예찬적 태도를 드러냄.
2. 대비적 시어를 사용하여 화자의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드러냄.
3. 대상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을 통해 자연물을 인격적으로 표현함.
4. 설의적 표현을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와 태도를 강조함.
구성:
제1수: 자연을 가까이하는 삶.
제2수: 세속적 삶을 거부하고 자연에서의 삶을 지향함.
제3수: 풍류적 삶을 즐김.
제4수: 욕심 없는 청빈한 삶에 대한 만족감.
제5수: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
제6수: 속세에 나가는 것을 경계함.
구절 풀이:
* 어젯밤 손수 닫은 문을 늦도록 닫치었소.: '손수', 즉 화자가 직접 행동한 것으로, '닫다'라는 시어에 강세 접미사 '~치~'를 사용하여 속세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단절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나중에 슬코 뉘우치나 기구하다 기로다단(岐路多端) 하여라.: 험난한 세상살이로 인해 갖은 우여곡절을 겪고 후회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는 화자 스스로 속세를 거부하려는 다짐으로 볼 수도 있으나, 화자의 태도는 앞의 5수까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으므로 타인이나 자손들에게 보내는 경고와 충고로 보는 것이 옳다.
해제
자연 속에 은거하며 풍류를 즐기는 처사의 삶을 형상화하고 있는 연시조이다. 화자는 세속적인 삶에 대한 경계를 드러내면서 자연 속에서의 풍류적 삶을 즐기고 있다. 또한 자연과 속세를 대비하면서 자연 속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소박한 삶을 지향하고 있다.
‘육가(六歌)’ 해설
육가는 이별의 '장육당육가'를 비롯하여 이황이 지은 '도산육곡 2편이 있고, 이후에는 이별의 '장육당육가'의 전통을 이어 간 경우와 이황의 '도산육곡'의 전통을 이어 간 경우로 나뉜다. 이별의 육가 전통은 주로 그 후손들이 이어 갔는데, 이정의 '풍계육가', 이득윤의 '서계육가'와 '옥화육가', 이홍유의 '산민육가' 등이 있고, 이황의 전통을 이은 것으로는 장경세의 '강호연군가', 안서우의 '유원십이곡', 권구의 '병산육곡' 등이 있다. 이별이 6수의 연시조로 '장육당육가'를 지으면서 육가는 6수를 단위로 하는 연시조로 자리 잡게 되는데, 이후 육가는 연시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면서 시조사에서 우수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육가는 세상을 향한 화자의 내면 표출 방식에 따라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성격을 드러낸 작품과 내면적인 온축(오랫동안 학식을 많이 쌓음. 또는 그 학식)을 강조하는 작품으로 나뉘어 18세기까지 지속적으로 창작되고 향유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