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설명드릴 현대시 '누룩'의 작가 이성부 시인은 대표적인 저항 시인입니다. 부정적인 시대상을 비판하며 저항하는 내용의 작품을 많이 쓰셨지요. 특히 공동체적 유대감을 강조하신 분입니다. 이성부 시인의 작품은 교과서에도 많이 실려 있고, 널리 알려져 있는 작가이고 또 작품도 인지도가 높은 것에 비해서 수능과의 인연은 없었습니다. 모의고사에도 많이 출제된 편은 아니었지요. 따라서 이성부 시인의 작품들을 눈여겨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누룩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술이 민중들에게 기쁨을 주나니
이성부의 '누룩'의 제목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보면 이렇습니다. 누룩은 술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발효제입니다. 누룩은 효모로 곰팡이의 일종이지요. 발효라는 단어는 음식이 썩어서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변했을 때 쓰는 단어입니다.
그럼 생각해 봅시다. 누룩이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룩이 썩어서 없어져야 합니다. 그렇게 발효가 되어서 술이 되고, 이 술은 힘겨운 민중의 삶을 위로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지요. 즉, 누룩은 민중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화자는 누룩이 발효가 되는 이유를 알겠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러면서 누룩은 자기 혼자 무력함에 시달리다가 방황을 하고 있다가, 알맞은 바람을 만나 살며시 더운 가슴이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누룩의 사랑을 알겠느냐고 물어보지요. 1연에서 화자가 말하는 '누룩'의 속성을 살펴보면 누룩은 혼자일 때는 무력함에 빠져 고통에 시달리는 존재입니다. 마치 평범한 우리와 같은 소시민적인 모습을 연상하게 하지요. 그리고 방황을 하고 현실 도피를 하지요. 그러다가 알맞은 바람, 즉 각성과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면 누룩은 변하게 됩니다. 더운 가슴으로요. 사실 누룩이 술로 변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을 하는데 그것과 소시민적인 존재가 민중을 위한 존재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연관 지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2연에서는 누룩이 발효되는 과정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밤새도록 우는 울음을 들었느냐 / 지 혼자서 찾는 길이 / 여럿이서도 찾는 길임을' 발효가 되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화자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억압적인 현실로 인해 민중들은 너무나도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고, 이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존재가 변하려 하고 상황에 저항하는 것은 우리 모두인 공동체를 위한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지요.
'무르팍 으깨져도 꽃피는 가슴 / 그 가슴 울림 들었느냐'는 표현에서 누룩의 역할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는데요. 즉, 누룩이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부당한 권력의 횡포로 인한 민중의 고통, 그리고 이러한 고통에 저항하는 모습을 누룩이 술로 변해 가는 과정과 연결 지어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긍정적인 변화는 고통을 수반하며 희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희생이 술이 되고, 또 이 술은 민중을 위로하는 존재가 되며, 이것은 공동체 전체를 위한 희생과 사랑이 된다는 것이죠.
4연에서는 누룩이 썩어 문드러져 좋은 물을 만나면 덩달아서 함께 끓는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누룩이 발효되는 과정을 묘사해서 함께 연대하여 불의에 저항하는 민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자신을 희생하여 술을 만든 누룩은 다른 존재들의 춤도 되고 기쁨도 되고 해 솟는 얼굴이 되지요. 즉 자신의 희생을 통해서 긍정적인 역사를 창조하는 민중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연에서는 술의 냄새가 퍼진다는 말로 작품이 마무리됩니다. 이는 긍정적인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로 새로운 시대를 위해 민중들의 저항이 확산되는 것을 뜻합니다. 부당하게 민중을 억압하는 세상에 자기희생적 태도와 연대 의식을 통해 저항하여 밝은 미래를 만들자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성부, '누룩'의 주요 특징은 누룩을 마치 사람처럼 의인화하여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자기희생과 공동체적 의식을 통해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민중들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음은 '~느냐'의 의문형 진술을 반복하여 의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의 의문형들은 대답을 바라는 질문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강조를 위한 설의적 표현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또 반복을 통해서 각운을 형성하게 되지요. 서로 다른 존재인 '누룩'과 '민중'의 공통점을 활용하여 같은 결과를 낼 것이라는 유추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훌륭한 것을 만들어 낸다는 공통점을 이용하여, 그 결과로 세상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지요.
이성부, 누룩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상징적, 우의적, 의지적, 희망적, 참여적
어조: 격정적인 어조
주제: 민중의 희생과 현실 극복의 의지, 공동체를 위한 희생의 강조, 민중에 대한 기대와 신뢰감.
특징 :
· 계속되는 물음 형식으로 독자의 깨달음을 유도
· 누룩의 발효 과정에 비유하여 민중에게 가해지는 핍박과 고통을 극복하려는 민중의 강한 의지를 표현
· '춤도 되고 기쁨도 되고 / 해 솟는 얼굴도 되는 죽음을 알겠느냐.'는 구절에서 소멸과 생성이라는 역설적 상황을 설정.
구성:
1연: 누룩에서 발견되는 민중의 따뜻한 마음.
2연: 고통을 이겨 내려는 민중의 강인한 의지.
3연: 밝은 역사를 기대하는 민중의 희생.
4연: 민중의 의연한 희생정신.
5연: 민중의 염원이 표출되는 미래에 대한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