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된 희곡 작품인 이근삼 작가의 '원고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정말 유명합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많이 수록되어 있고, 2020년 EBS 수능특강에도 출제된 적이 있습니다. 아마 모의고사에도 자주 출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부분은 전적으로 제 기억에만 의존하고 있어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아주 아주 유명한 작품이자 중요한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희곡이나 시나리오 작품들의 수가 소설이나 시에 비해서 훨씬 적기 때문에 중요한 시험에 출제되었던 작품이 다시 출제되는 빈도가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이근삼의 원고지는 너무 유명하지요. 수능에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제 감이기 때문에 절대 믿지 마시고 열심히 공부하세요. 만약 출제되면 땡큐라고 생각하시고요. 하지만 내신 시험에서는 출제하기 매우 좋은 작품이기 때문에 자세히 공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문제가 나온다면 어렵게 나올 가능성이 높은 작품입니다.
이근삼의 원고지 상세 해설
그럼 본격적으로 이근삼 작가의 '원고지'에 대한 해설을 시작하겠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제가 해설 자료를 두 번 만들었는데요. '2020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된 지문'을 바탕으로 자료를 한 번 만들었고, 이번 2024년 EBS 수능특강에 또 수록되다 보니 그 지문을 바탕으로 또 한 번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작품 해설은 2024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된 지문을 바탕으로 만든 자료에 중점을 두고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설명을 드릴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핵심적인 내용을 간추리 짚어서 설명을 드릴게요. 제가 설명을 한 부분 중에 부족한 부분은 이 문서에 수록된 자료들을 참고하시거나 교과서나 문제집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시간은 작품의 가장 중요한 뼈대 중심으로 설명을 드린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근삼의 원고지, 내용 설명
우선 이 작품의 내용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설명드릴게요. 줄거리부터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면 등장인물인 교수가 마치 돈을 버는 기계처럼 살아갑니다. 아내는 계속해서 일을 할 것을 재촉하고요. 자식들은 교수와 아내가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을 강요하고 착취하는 모습을 보이죠. 이러한 내용을 통해서 획일화되고, 기계화된 삶을 반복하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비판하고 풍자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작중 인물인 교수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지요. 사실 생각이 없다기보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생활에 치여서, 책임감에 짓눌려서 자신의 삶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거나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지요. 삶의 목표나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린 채, 돈을 벌기 위해서 살아가는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살아가는 교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과장하고 희화화하여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 측면에서 또 중요한 부분은 가족인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원래 가족이라는 관계는 단순히 혈연으로만 연결된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유대감과 공감대 그리고 공동체 의식을 가진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가족은 도무지 그러한 모습이 없습니다. 그냥 책임만을 강조하여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관계일 뿐입니다. 또 물질만을 중시하는 또 물질만을 주고받는 그런 사람들과 관계만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이 작품은 물질적 가치만을 중시하고 가족의 유대감은 해체된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원고지의 상징적 요소
작품 '원고지'에서 주목해야 할 다른 요소는 이 작품이 상징적 요소들을 매우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품의 내용, 무대, 의상, 소도구, 대사 등의 무수한 부분에서 상징을 활용하여 주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목 원고지는 '정해진 칸처럼 규격화된 현대인의 기계적인 삶'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원고지는 교수의 양복에 활용되어 관객에게 그 메시지를 계속해서 부각하고 있지요. 또 교수는 철쇄와 굵은 줄을 몸에 두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교수가 사회와 가정에서 받는 구속과 억압 그리고 책임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지요. 또 무대는 플랫폼과 응접실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요. 플랫폼은 자녀들의 공간, 응접실은 교수와 아내의 공간으로 부모와 자식 간에 소통이 없고 서로 단절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원고지, 부조리극
또 중요한 부분이 이 작품이 '부조리극'이라는 점입니다. 연극 자체가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의도적으로 작가가 그렇게 만든 겁니다. 이러한 형식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강조하고 비판과 풍자의 효과를 강화하는 것이지요.
이 작품에서는 인물의 대사와 행동이 서로 맞지 않고, 별로 의미 없는 행동이나 대사를 반복합니다. 또한 특별한 갈등도 없어요. 지나치게 과장된 소도구나 복장을 활용합니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해설자의 역할을 하는 등 관객이 극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이러한 것을 '거리 두기'라고 하는데요. 관객의 극에 대한 지나친 몰입을 방해하여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게 하고 강조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부조리극의 특징을 활용하여 작품의 주제인 현대인의 무의미하고 기계적인 삶에 대한 풍자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희곡, 단막극, 부조리극.
성격: 실험적, 풍자적, 반사실적.
배경: 현재, 어느 중년 교수의 가정.
구성: ‘발단-전개-절정-하강-대단원’의 5단 구성.
주제: 현대인의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삶에 대한 풍자.
특징:
1. 특별한 사건 전개 및 뚜렷한 갈등 양상이 드러나지 않음.
2. 무대 장치, 소도구, 인물의 대사와 행동 등이 과장되어 표현.
3. 대사와 행동의 반복, 유대감을 잃은 가족 관계의 제시를 통해 현대인들의 모습을 풍자.
인물 분석
· 교수: 현실에 억눌려 정상적인 사고 능력을 상실한 채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무기력한 인물.
· 처: 자식들에게는 의무를 강요당하고 남편에게는 착취자의 입장을 취하는 이중적이며 속물적인 인물.
· 장남, 장년: 부모에게 의무를 강요하는 이기적인 인물들로, 물질적 욕망에 충실하며 자유분방함.
· 감독관: 이간을 조정하고 억압하는 강요자로서, 현실의 압력을 상징함.
· 천사: 현대인의 분열된 자의식으로, 잃어버린 꿈과 정열을 상징함.
전체 줄거리
주인공인 교수는 사회와 가정에서 모두 구속을 받아 피곤에 지쳐 있다. 물질적 욕망으로 가득 찬 가족과 처의 추궁으로 인해 교수는 이성이 마비된 듯한 혼란함을 겪는다. 감독관과 처는 교수에게 계속 번역을 독촉한다. 교수는 과거 자신의 모습으로 대변되는 천사를 만나 꿈을 찾으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감독관은 다시 번역을 독촉하고 교수는 기계적으로 번역을 한다.
해제
1.
이 작품은 1960년 『사상계』에 발표되었으며 한국 서사극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번역 기계로 전락하는 교수의 모습을 통해 피로와 고독, 소통의 부재가 만연한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관객에게 무대의 상황을 소개하고 논평하는 해설자의 설정, 원고지의 형태를 소품이나 배경의 무늬로 적용하는 무대 설정 등 당시로서는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2.
이 작품은 물질적 가치만을 중시하고, 진정한 의사소통이나 유대감이 존재하지 않는 가족들 속에서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 번역 업무만을 수행하는 교수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는 희곡이다.
대사와 지시문(지문)의 불일치
대사와 지시문의 불일치는 피로에 찌든 교수의 무기력한 모습, 인간적 교류가 단절된 가족 관계를 효과적으로 부각하면서 현대인의 피로와 고독, 소통의 부재라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함을 고발함.
대사 | 지시문 |
아버지는 늘 쾌활한 얼굴에다 발걸음은 참새처럼 가볍지요. | 중년에 퍽 마른 얼굴, 이마에 주름살이 가고 찌푸린 얼굴은 돌 모양 변화가 없다. |
밖에서 돌아오시면 늘 이렇게 달콤한 하품을 하신답니다. | ‘아아’하고 토하는 큰 하품은 무엇에 두들겨 맞아 죽는 비명같이 비참하게 들려 오히려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
어머님은 늘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세요. | 소리를 안 내고 들어와 잠자는 교수의 주머니를 샅샅이 턴다. |
→ 대사와 지시문의 불일치: 현대인의 피로와 고독, 소통의 부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
소도구의 상징적 의미
이 작품은 쇠사슬, 원고지 칸 투성이의 양복, 굵은 줄, 회초리, 신문 등 다양한 소도구를 활용하여 인물의 심리와 처지를 부각하고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한다. 무대의 배경과 교수의 옷을 꾸미는 원고지는 표준과 규격으로 정형화된 일상의 틀을 의미하고 교수의 허리를 감싸는 쇠사슬과 굵은 줄은 현대인을 구속하는 과중한 업무와 책임감을 상징한다. 회초리는 현대인을 억압하고 규제하는 현대 사회의 규율적 면모를 부각하고 신문은 그 내용을 통해 비상식적인 일들로 반복되는 일상의 부조리함을 상징한다.
· 원고지: 무대의 배경과 교수의 옷을 꾸미는 것으로, 표준과 규격으로 정형화된 일상의 틀을 상징함.
· 쇠사슬과 굵은 줄: 교수의 허리를 감싸는 것으로, 현대인을 구속하는 과중한 업무와 책임감을 상징함.
· 회초리: 현대인을 억압하고 규제하는 현대 사회의 규율적 면모를 부각함.
· 신문: 비상식적인 일들로 반복되는 일상의 부조리함을 상징함.
부조리극의 특징
암시적인 무대 장치를 사용함 의외의 음향과 조명을 사용함 인물의 대사와 행위가 일치하지 않음 유사한 행위나 무의미한 대사를 반복함 특별한 갈등 없이 극 중 상황만을 보여 줌.
→ 연극 자체를 이치에 맞지 않게 만들어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