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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원 유예 특징 줄거리 인물 제목 시점 변화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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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된 오상원의 현대 소설 '유예'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으로 쓰이고 있는 '유예'라는 말의 의미는 어떤 일이나 행위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쉽게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지요. 이 작품에서는 총살 직전까지의 마지막 한 시간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미 짐작을 하셨겠지만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오상원의 유예 상세 해설

그럼 본격적으로 오상원 작가의 '유예'에 대해 해설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수험생 때 이 작품을 봤을 때는 정말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제가 그렇게 느꼈던 큰 이유들을 몇 가지를 말씀드리면 우선 이 작품은 외부적 사건보다는 주인공의 심리와 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또한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고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논리적인 인과가 딱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지요. 원래 사람들이 그리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니까요. 거기에 속마음이라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어렵게 느껴졌던 것이지요. 게다가 보통 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일부분만을 배우니 더욱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것이지요. 따라서 여러분은 이 작품을 공부하실 때 전체 줄거리를 중심으로 먼저 파악하시고, 작품의 특징을 미리 알고 그에 맞춰서 작품을 보시면 해석하시는데 어려움이 없으실 것입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작품으로 보는 것은 재미도 없고, 문학 작품을 대하는 올바른 방식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니까요. 그에 맞는 공부법이 있는 것이지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작품의 배경은 6·25 전쟁 중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입니다. 주인공은 이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국군 소대장인 '그'이고요. 그는 전투로 인해서 동료들이 다 죽고, 불안과 절망, 힘겨움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적에게 잡혀 총살당할 위기에 처한 아군 포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적군은 포로들을 남쪽으로 걷게 하고 그 뒤에 총으로 쏴서 죽이고 있었던 것이죠. 아군 포로는 '포로가 되었을 때 비로소 기계나 도구가 아닌 생명체로서 인간임을 느낀다'는 말을 남기며 남쪽으로 당당하게 걸어갑니다. 이를 본 '그'는 아군 포로와 동질감을 느낍니다. 이는 전쟁의 폭력성과 무의미함, 그리고 인간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닌 도구로만 사용하는 것에 대한 강렬한 거부감과 반발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그'는 죽을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로를 구하기 위해 적군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렇습니다. '그'도 적군에게 잡혀서 포로가 됩니다. 그리고 총살을 당하기 전의 잠깐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그것이 제목인 '유예'의 의미가 되는 것이죠. '그'는 이 시간에 전쟁의 폭력성과 무의미함, 전쟁의 비극성을 생각하고, 또한 죽는 순간까지 도구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인식하고 자각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지요. 그리고 흰 눈 위를 걷던 그는 총을 맞고 흰 눈 위에 쓰러져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한 인간이 죽고 한 세계 무너져 내리는데 세상은 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대로라는 표현을 통해서 현실의 냉혹함을 부각하고 있지요. 그리고 그러한 메시지를 차갑고 새하얀 눈을 통해서 시각적으로 부각하고 있고요.

이 작품의 주제를 정리하면 전쟁의 비극성과 폭력성, 그리고 인간을 도구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존재와 죽음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쟁이라는 인간이 도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살고 또 인간으로서 죽으려고 발버둥을 쳤던 '그'의 모습이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냐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니까요.

 

오상원-유예-해설-1
오상원-유예-해설-1

 

오상원-유예-해설-2
오상원-유예-해설-2

 

오상원-유예-해설-3
오상원-유예-해설-3

 

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단편 소설, 전후 소설, 심리 소설
성격: 고백적, 비극적, 실존적
문체: 간결체, 서술체
배경: 겨울, 전쟁으로 폐허가 된 어느 마을의 움막과 눈 덮인 대지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부분적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 혼용)
주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고뇌와 죽음

특징: 
1. 시간의 순차적 진행에서 벗어나 인물의 내면세계를 의식의 흐름(내적 독백의 서술 방식) 기법에 따라 서술함.
2. 현실과 회상의 혼재.
3. 짧은 문장의 사용과 현재형의 진술을 통해 생생하고 긴박한 분위기 형성과 인물의 불안정한 심리와 단절된 의식 등을 드러냄.

4. 주인공과 주변 인물과의 대화가 주인공의 의식 속에서 재편성되어 따옴표 없이 인용되어 나타남.

5. 현재형 시제로 서술함으로써 현장감 있는 사건 전개를 가능하게 함.

 

전체 줄거리

주인공 ‘그’는 수색대를 이끌고 적의 배후 깊숙이 침투했다가 본대와 연락이 끊어지면서 소대원을 이끌고 남하한다. 적을 피해 산을 타고 남하하지만 잦은 전투와 굶주림으로 대부분의 소대원을 잃어버린다. 배고픔, 추위와의 싸움은 계속되고 결국 선임 하사와 그만 남게 된다. 군대 생활이 무엇보다도 재미있다던, 일본군에 소집되어 남양 전투에도 종군하는 등 많은 전쟁에 참전했던 선임 하사도 결국 총에 맞아 죽는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저녁, 그는 몸을 숨긴 어느 민가에서 적에게 붙잡혀 죽게 된 한 포로를 구하다 부상당한 채 적들에게 사로잡힌다. 그가 구하려던 포로는 포로가 되었을 때 비로소 자신이 기계나 도구가 아닌 생명체인 인간임을 느꼈다면서 남쪽을 향해 걷다가 피살된다. 그 역시 그 포로가 그랬듯 사수가 뒤에서 겨누고 있는, 남쪽으로 난 길을 걸으며 결국 죽임을 당하게 된다.

등장인물 설명

· 나(주인공): 국군 소대장, 전쟁의 비극과 비인간적인 참혹성을 독백과 회상 형식으로 담담하게 표현하며, 부하를 아끼고 정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전형적인 군인. 포로가 되어 결국 총살당함.
· 선임 하사: 전투가 재미있어 많은 전쟁에 참여하고, 죽음에 임해서도 여유를 지닌 직업군인.

 

제목 '유예'의 상징적 의미

이 작품의 제목인 ‘유예’의 의미는 인민군에게 총살을 당하기까지 미루어진 주인공의 죽음의 시간, 곧 ‘한 시간’의 유보 시간을 의미한다. 작품의 서사 공간은 전적으로 그 한 시간에 집중되어 그때 느낀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과 과거 회상으로 채워지고 있다.

 

'흰 눈'의 상징성

이 작품에서 '흰 눈'은 작품 전체의 배경이면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소재이다. 몇 사람이나 걸었을 흰 둑길은 그 위에서 몇 명이 죽어 나갔든지 간에 변함없이 하얗고, '그'는 이러한 흰 눈 속을 걸어가면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렇게 '흰 눈'은 총살 직전의 '그'의 절망적 상황을 강조하는데, 그 차가운 순백의 이미지는 전쟁으로 인하여 인간 생명의 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차디찬 무관심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이다. 또한 '그'가 흘리는 '검붉은 피'와 시각적으로 대조가 되면서, 전쟁으로 인한 죽음이라는 비극성이 더욱더 강조되게 한다. 즉, '흰 눈'의 이미지는 인간이 하나의 전쟁의 도구가 되어 버리고 만 비극성을 심화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시점 변화의 효과

이 작품은 1인칭과 3인칭 시점이 교차하면서 주인공의 의식 세계와 독백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간의 순차성은 거의 무시되고 있다. 이 소설에서 3인칭 시점이 사용된 곳은 '나'가 총살당하는 부분으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효과가 있다. 반면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사용된 곳은 주인공의 자의식이 깊어져 독백하는 부분으로 인물의 내면 심리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으로 쓰였다.

 

해제

6·25 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전투에서 낙오된 가 포로가 되어 심문을 받고 총살형을 당하기까지의 과정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쓴 소설이다. 짧은 문장과 현재형의 서술을 통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겪는 인간의 내면적인 고뇌와 전쟁의 참상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비인간적 살상과 폭력이 난무하는 전쟁의 무의미성과 참혹함, 전후 세대가 겪는 실존과 불안 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식의 흐름 기법

작자의 개입에 의한 전지적 해설이나 직접적 언급 없이 작중 인물의 사상과 정서 그리고 어떤 소설적 상황에 대한 태도 등을 서술하는 수법을 말한다. 주인공이 행하는 행위나 그가 겪어 가는 사건을 그리기보다는 주인공의 의식 속에서 흐르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의 파편들을 현재형으로 그림으로써 사건을 암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의식의 흐름 기법은 인물의 심리적 독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외적 사건을 그리는 기교인 내적 독백과 함께 쓰이는 것이 보통인데 이 작품에서도 두 기법은 혼합되어 쓰이고 있다. 이러한 기법들을 원용한 소설에서는 작중 인물 스스로에 대하 생각이나 타인에 대한 생각, 그리고 과거의 상황 등이 객관적으로 서술되는 것이 아니라, 작중 인물의 주관 속에 철저히 용해되어 주관화된 채로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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