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된 신경림 시인의 '폐촌행'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저도 이번 수능특강에서 처음 본 작품입니다. 최소한 요 근래에 EBS 연계 교재나 교과서에서 수록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유명한 작가의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품을 수능은 좋아하지요. 잘 챙겨두시면 좋겠습니다.
신경림의 폐촌행 상세 해설
이 작품의 제목인 '폐촌행'은 말 그대로 파괴되어 황폐화된 마을인 '폐촌'에 갔다는 의미입니다. 폐촌에서 느끼는 허무함과 무상감, 그리고 힘겨운 민중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한 작품이지요.
1~2연은 퇴락한 폐촌의 모습을 시각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묘사하고 있지요. 사람들이 살다가 버리고 떠나버린 모습의 풍경을 '떨어져 나간 대문짝', '벌겋게 녹이 슨 가마솥', '잡초가 우거진 부엌 바닥', 버려진 '가계부' 등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지요. 사람들이 지지고 볶고 요란스레 살았던 동네는 더 이상 아무도 없는 공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작품 속에는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데 사람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줬던 광산이 폐광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쇠락해 버린 마을을 보면 허무함과 무상감이 들 수밖에 없지요.
이 작품은 여러 가지 표현 상의 특징으로 퇴락한 폐촌의 모습을 부각하고 있는데요. 변함없이 생명력이 넘치는 자연의 모습과 녹이 슨 것으로 대표되는 퇴락한 폐촌의 모습을 대비하여, 폐촌의 모습을 강조하고 무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또한 붉은색의 색채 이미지를 활용하여 형상화하고 있는데요. 이 붉은색의 명암 대비를 활용하여 자연과 폐촌의 모습에 대한 대비를 표현하고 있지요. '빨간 복사꽃'과 '벌겋게 녹슨 가마솥'으로요. '~다'의 단정적인 어조도 폐촌의 모습을 부각하고 있는 장치 중 하나입니다.
2연에서는 폐촌에 남아 있는 민중들의 삶의 흔적을 언급합니다. 이를 통해서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민중들의 힘겨움을 짐작하게 하지요. 또 독자로 하여금 작품의 내용에 더욱 공감할 수 있게 하고요.
2연의 표현 상 특징을 살펴보면, 의도적으로 행을 분리하여 호흡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작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여운을 형성하고 있지요.
3연에서는 폐촌이 되어버린 마을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는 화자의 정서가 드러납니다. 동무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빈집 서너 집을 더듬지요. 그리고 마을이 폐촌이 된 배경인 폐광에서 화자는 한 늙은이에게 동무들의 소식을 묻습니다. 노인의 답변은 충격적이면서도 뻔해서 더 슬픈 내용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산동네' 이름 두어 곳을 댔지요. '산동네'는 산과 가까이 있는 동네라는 의미로, 주로 가난하고 허름한 동네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달동네'라는 말이 있지요. 폐촌이 된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산동네'에서 산다는 것은 마을을 떠났지만 힘겨운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생존을 위해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났지만 민중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던 것이죠. 이러한 내용으로 작품을 마무리하여 힘겨운 민중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을 강조하고, 독자로 하여금 깊은 공감과 짠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요.
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묘사적, 서사적, 사실적
주제: 퇴락한 공간에서 느끼는 무상감과 나아지지 않는 민중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
특징:
1. 특정 공간(폐촌)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담담한 어조로 전달함.
2. 1~2연에서는 풍경을 묘사하고, 3연에서는 행동과 대화를 서사적으로 제시함.
3. 1~2연은 시선의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4. 붉은색의 색채 이미지를 통해서 공간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함.
5. 붉은색의 명암 대비를 통해 변함없이 생명력 넘치는 자연(빨갛다)과 쇠락한 폐촌(벌겋게)의 모습을 대조함.
6. 의도적 행 분리를 통해 호흡을 조절하고 집중도를 높임.
구성:
1연: 퇴락한 폐촌의 모습.
2연: 폐촌에 남아 있는 민중적 삶의 흔적.
3연: 나아지지 않는 민중의 삶.
해제
이 시는 폐광으로 인해 황폐화한 광산촌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여기저기 빈집들이 있는 쓸쓸한 마을을 둘러본 화자는 그 정경을 담담히 묘사한 뒤, 마을에 남아 있는 노인에게서 들은 옛 동무들의 근황을 제시하고 있다. 감정의 직접적 노출을 자제하고, 색채 이미지를 활용하여 공간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환기했다는 특징이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