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인의 현대시 '홀린 사람'을 설명드리겠습니다. 2021년 EBS 수능특강에 출제되었지요. 사람에게 홀렸다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그 상황과 그 사람이 정상이 아닌 상태라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사람을 홀린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그럼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며 이런 표현을 사용했는지 작품을 통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수능특강 기형도, 홀린 사람 해설
그럼 본격적으로 2021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되어 있는 기형도의 '홀린 사람'의 해설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제목을 살펴보면 '홀린 사람'이라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가 안 되는, 무엇인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또한 비판적인 사고가 되지 않고 어떤 것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을 의미할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상황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회자가 나와서 이분이라는 사람을 찬양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분은 평생 이웃을 위해서 이타적으로 살았고, 남을 위해서 헌신적인 삶을 살았으며, 또 남을 위해서 희생적인 삶을 살아서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사회자는 이분이라는 존재를 신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리지요. 그리고 군중들은 일제히 이분을 칭송하고 삶에 감동하며 지지를 하지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 아닌가요? 정확한 사실 검증 없이 비판적인 시각 없이 무엇인가를 무조건적으로 믿어 숭배하거나, 또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며 낙인을 찍어버리는 그런 대중들의 모습이요. 이러한 대중들의 모습이 또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대중들의 무비판적인 모습 때문에, 또 이성적이지 않은 모습 때문에 권력은 탄생을 하고, 또 권력은 그러한 상황을 조장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던 역사적 사실이 히틀러의 나치 정당이었지요.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서, 그런데 이분의 실체에 대한 질문을 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실체에 대한 사실을 검증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비판적 시각을 지닌 존재가 이분의 실체를 파악하려 하자, 성난 군중들은 그 합리적인 목소리를 공격합니다. 그리고 이분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지요. 즉 이 작품은 선동과 거짓을 통해서 대중들을 홀리는 권력과 그 권력을 검증하지도 않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우매한 대중들을 동시에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풍자 수법을 사용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부정적인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여 비판하고 있습니다. 즉, 풍자를 통해서 상황을 비판하고 있는 거지요. 또 같은 시구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민중의 우매함을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징적 인물들을 통해서 부정적인 현실과 상황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상징적, 비판적, 풍자적, 우화적
시적 상황: 권력에 아부하는 사회자, 민중들을 기만하는 권력자(그분), 우매한 군중들이 등장함
주제: 위선적인 지배층과 우매한 대중에 대한 비판(풍자) / 독재의 기만적 통치와 우매한 군중에 대한 비판
특징:
1. 우의적(우화적)인 방식을 통해 현실의 모습을 풍자.
2. 동일한 시구를 반복하여 민중들의 우매함을 강조하고 운율 형성.
3. 상징적 인물들을 통해 부정적인 현실을 비판.
4.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 화자가 시적 상황을 설명.
5. ‘그분’에 대한 사회자의 찬양이 점점 고조되고 있음,
구성:
1~10행: '그분'을 찬양하는 사회자.
11~13행: 선동에 넘어간 군중들.
14~16행: '그분'의 실체를 의심하는 '누군가'의 질문.
17~18행: '누군가'에 대한 사회자와 군중들의 분노.
19~22행: '그분'의 제지와 군중들의 감동.
해제
이 작품은 지배층의 교묘한 통치술에 현혹되어 살아가는 우매한 대중에 대한 비판 의식을 우의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시이다. 이 시는 등장인물과 사건이 제시되는 서사적인 방식을 취하여 시적 상황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이분’ 혹은‘그분’으로 나타나는 권력가는 ‘사회자’에 의해 왜곡되고, 미화된 모습으로 소개되며, 대중은 그에 현혹되어 이성적 판단 능력을 상실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이러한 현실에 정당한 문제 제기를 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미치광이’로 취급되어 배제당하는 상황을 통해, 타당한 문제 제기가 용인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인 ‘홀린 사람’에는 이처럼 교묘한 통치술에 홀려서 올바른 판단력을 지닌 사람이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는 비이성적인 사회를 풍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