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EBS 수능완성에 수록된 고려가요 '가시리'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2022년 EBS 수능특강에도 수록되었지요. 이 작품은 고려가요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우리 문학의 전통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따라서 중요할 수밖에 없고 교과서에서도 아주 빈번하게 수록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내신 대비에서는 꼼꼼하게 공부를 하셔야 됩니다. 하지만 수능에는 출제될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요. 그래도 또 모르니 준비는 하셔야죠.
가시리 해석, 떠나려는 임을 만류하는 간절한 절규
오늘 분석할 문학 작품은 고려 가요 '가시리'입니다. 가시리는 2022년 EBS 수능특강과 2023년 수능완성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아주 유명한 작품이지요. 그러니 꼼꼼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 제목인 '가시리'의 의미를 살펴보면 '가시렵니까'라는 의미가 됩니다. 이별을 중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우선 가시리의 갈래인 고려가요의 특징을 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려가요는 말 그대로 고려시대 때 유행했던 시가문학이겠지요. 고려시대 때 유행했던 시가 문학은 크게 '고려가요'와 '경기체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고려가요는 중요하게 다루면서 '경기체가'는 잘 다루지 않지요. 그 이유는 고려가요가 평민적 정서를 담고 있으며 주제가 다양하고 공감이 되는 내용을 담은 반면에 경기체가는 실질적으로 당시의 신진사대부들이 잘난 척을 하기 위해 만든 문학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독창적이기보다는 중국의 시풍을 따라 하고 있는 것도 문학적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으로는 고려가요의 특징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려가요는 말 그대로 고려시대 때 유행했던 문학이고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평민들이 창작하고 즐겼던 문학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삶의 애환을 잘 담고 있겠지요. 또 고려시대는 한글이 없었지요. 그래서 쓸 수 있는 수단이 한자밖에 없었는데, 한자는 굉장히 어려운 글자입니다. 평민들은 알기 힘들었지요. 그래서 고려가요는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었지요. 이것을 '구비', '구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고려가요는 조선시대에 가면서, 궁중 음악의 가사로 쓰이게 됩니다. 국가를 축복하는 송축의 의미로 쓰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향유 계층이 권력층으로 변합니다. 아까 전에 고려가요는 솔직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어떤 사랑이나 연애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를 지배하고 있던 양반은 고지식하고 꼬장꼬장한 양반들이죠. 그러다 보니 이걸 용납을 못 한 겁니다. 그래서 남녀상열지사라고 분류된 일부 작품을 삭제하게 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서경별곡 또한 여성적 화자가 질투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녀상열지사로 분류돼서 없어질 뻔했어요. 다행히 남아 있지만 말입니다. 또 구비, 구전됐다고 얘기를 했는데요. 고려 가요는 조선시대 때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창제하면서 한글로 기록하게 됩니다. 그래서 악학궤범, 악장가사, 시용향악보 등에 기록이 남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고려가요의 특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려가요는 기본적으로 3 음보 율격을 사용합니다.(모든 고려가요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고려가요는 뚜렷한 형식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모든 작품이 후렴구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후렴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 다수 있습니다. 따라서 후렴구가 고려가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작품에서 의미가 있는 후렴구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서 후렴구는 의미가 없습니다. 이 후렴구는 운율을 형성하고 구조적 안정감과 통일성을 부여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을 구분해 준다는 거죠. 이렇게 연을 구분해 주는 것을 분연체, 분절체, 분장체라고 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가시리 작품에 대해서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가시리는 3 음보 율격을 쓰고 있습니다. '가시리(세 글자) / 가시리(세 글자) / 잇고(세 글자) /' 3글자, 3글자, 2글자가 반복됩니다. 3·3·2조라고 할 수 있어요. 끝 부분에 있는 '나난'은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음보와 음수율에 포함이 안 되는 것입니다. 이 '나난'은 여음구, 조흥구라고 해서 의미는 없으며 운율을 형성하게 됩니다.
자, 그리고 중요한 거 한 가지, 후렴구인 '위 증즐가 대평성대'는 사실 이 작품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지요. 가시리는 '이별의 정한'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으로 아주 슬픈 작품입니다. 그런데 '위 증즐가 대평성대' 여러분 어떠신가요? 슬픈가요? 학자들이 분석했을 때 아마도 이 후렴구는 후대 추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려 가요가 조선시대 때 궁중 음악으로 쓰였기 때문이지요.
이번에 좀 자세히 설명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너무 글의 양이 많네요. 그래서 조금 간추려서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임에 대한 원망이 드러나 있다는 겁니다. 특히 내신 시험에서 중요 포인트가 되고요.
그리고 '설온님'을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설온님'은 '서러운 임'이라는 뜻인데, '이별을 서러워하는 임'과 '나를 서럽게 하는 임' 이렇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별을 서러워하는 임'은 화자와 이별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별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나를 서럽게 하는 임'으로 해석한다면 임은 나쁜 사람이죠. 결국 화자가 싫어져서 떠나는 겁니다.
가시리의 화자는 여성이지요. 그리고 임을 '적극적으로 따라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겠다'라고 하고 있지요. 이것을 문학적으로 전통적, 순종적 여인상이라고 합니다. 서경별곡과 차이점이죠.
정리하면 이 작품은 주제로는 이별의 정한, 율격으로는 3 음보, 화자는 여성적 화자를, 또 전통적, 순종적 여인상을 보이고 있으며 원망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별의 정한과 3 음보 율격, 그리고 여성적 화자는 우리 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패턴입니다. 결국 우리 문학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가시리는 우리 문학의 전통을 대표하는 작품이고 우리 문학의 전통을 나타내는 다른 작품들과 연계해서 시험 문제가 잘 나옵니다. 특히 현대시로는 '진달래꽃'이 대표적이겠지요
가시리, 핵심 정리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서정적, 애상적, 여성적(전통적 여인상), 소극적, 자기희생적
주제: 이별의 정한
형식: 전 4연(기승전결)의 분연체, 3·3·2조의 3 음보, a-a-b-a 구조
특징:
1. 화자의 정서 변화(이별의 슬픔→임에 대한 원망→감정의 절제와 체념→재회 소망)에 따라 시상 전개.
2. 우리 민족의 전통적 정서인 ‘이별의 정한’을 잘 나타냄.
3. 노래의 분위기와 후렴구가 어울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조선 시대에 궁중 음악으로 쓰이면서 운율 형성을 위해 후대에 추가되었을 가능성이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