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완성, 이청준_소문의 벽 해설 해석
오늘은 올해 EBS 수능완성에 수록된 현대 소설인 이청준의 '소문의 벽'을 설명드릴까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은 쉬운 작품이 아닙니다. '진실한 표현과 그것을 억압하는 사회'라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본인의 입으로, 글로, 또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진실된 삶을 살고 또 진실하게 이야기하라고요. 그러나 살다 보면, 사람들은 진실을 원하지도, 진실을 말하지도 않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진실을 담아 이야기하면 그것을 받아 드리려는 노력보다는 날 선 비난을 가하며 그 사람의 인성을 그 사람의 능력을 의심부터 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사회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대충은 알지만, 실상 그것이 무엇이냐고 하면 대답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일부분은 보이지만 전체가 보이지 않으니까요. 수치와 데이터는 보이지만 그것의
명확한 모습이 눈에 보이지는 않으니까요. 그냥 저같이 평범한 사람은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표현되는 것 정도로 정의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는 개인의 진실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요. 이청준의 '소문의 벽'은 사회가 어떻게 또 왜 개인이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을 차단하는지 잘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목인 '소문의 벽'의 의미를 해석해보면 '소문'은 진실된 이야기를 억압하는 것을 의미하며, '벽'은 차단을 의미합니다. 즉, 진실된 작품이 나오기 힘든 억압적 현실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억압이 작품에만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진실에 대한 억압은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표현 방식, 어떠한 편견으로 그것을 판단하고 매장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지요.
이청준의 소문의 벽이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만 설명을 드렸는데 이렇게 글이 길어져버렸네요.
이청준, 소문의 벽 핵심 정리
갈래: 현대 소설, 중편 소설
성격: 비판적, 관념적, 상징적
시점: 외부 이야기(1인칭 관찰자 시점) / 내부 이야기(전지적 작가 시점)
구성: 액자식 구성
배경: 1960년대, 어느 도시
주제: 작가의 정직한 자기 진술을 용인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저항
특징:
진실된 표현과 사회적 억압이라는 관념적인 내용을 상징적 표현을 통해서 적절하게 형상화함
박준이 작품 활동을 중단한 이유를 찾는 외화와 박준의 소설을 소개한 내화로 액자식 구성을 보임
서술자가 박준의 행동에 대한 이유와 심리를 추리,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의식을 사회 차원으로 확장함
구성:
· 발단: 잡지사 편집장인 ‘나’는 늦은 밤, 골목길에서 박준을 만남.
· 전개: 정신 병원을 찾아간 ‘나’는 김 박사로부터 박준이 진술 공포증에 걸렸다는 말을 들음. 박준의 치료 방법에 대해 ‘나’와 김 박사는 의견 차이를 보임.
· 위기: ‘나’는 박준의 소설과 인터뷰 기사를 통해 공포의 본질을 알게 됨. ‘나’는 김 박사에게 자기 진술을 강요하는 치료 방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김 박사는 의견을 굽히지 않음.
· 절정: 김 박사의 전짓불을 이용한 치료에 공포를 느낀 박준이 병원을 뛰쳐나감.
· 결말: 박준은 행방불명이 되고, ‘나’는 박준을 다시 병원으로 데려간 것을 후회함.
이청준, 소문의 벽 ‘전짓불’의 의미
· 박준이 어린 시절 겪은 공포스러운 사건
· 대답을 강요당하면서도 진실을 말할 수 없게 하는 억압에 대한 공포
·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개인의 표현을 억압하는 사회적 현실
→ 개인의 표현을 억압하는 사회적 현실이 어린 시절의 두려웠던 전짓불 사건에 대한 공포와 중첩되면서 박준의 심리에 문제를 발생시킴
(이러한 상황은 박준만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문제임)
이청준, 소문의 벽 해제
이 작품은 작가의 정직한 자기 진술을 억압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 박준은 전짓불의 공포에 포획된 채 불안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박준은 가장 진실한 자기 진술로서의 소설 쓰기를 하지만,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도 전짓불의 감시를 받게 됨을 자각하게 되고, 결국 박준의 불안은 더욱 증폭된다. 전짓불의 공포로 인한 박준의 불안은 진술 불안으로 이어지고 박준은 스스로 정신 병원에 입원한다. 박준은 결국 자기를 세상에서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작가로서 자기 진술을 억압하는 세상에 대해 저항한다.
이청준, 소문의 벽 전체 줄거리
이 작품은 잡지사 편집장인 ‘나’가 미친 사람 행세를 하는 소설가 박준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박준의 진술 공포증의 원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나’는 잡지 수록을 거절당한 박준의 소설 두 편과 미발표된 소설 한 편을 읽게 되고, 이를 통해 박준의 의식과 소설관을 이해하게 된다. 박준을 미치게 하는 현실의 억압이 무엇인가를 살피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박준을 이해하게 된다. 결국 ‘나’는 작가나 편집인에게 현실은 진실한 자기 진술을 억압하는 것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작가는 정직한 자기 진술을 멈출 수 없다는 인식에 도달한다. 이후 ‘나’는 정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박준을 찾아가지만, 박준은 이미 정신 병원을 떠난 후였다. 박준은 자기 스스로 광인 행세를 하여 스스로를 현실에서 소외시킨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박준은 작가의 정직한 자기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에 저항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