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작가의 현대시 '수라'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수라'라는 단어를 보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그렇습니다. '아수라장'이 떠오르시지요? 어떤 상황이 난장판이 되어 어지럽혀지고 안 좋은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그럼 백석 작가는 어떠한 상황을 '수라'라는 부정적 상황이라고 생각을 했을까요? 함께 작품을 살펴보면서 알아보도록 하지요.
백석의 수라, 가족 공동체가 붕괴된 처참한 당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그럼 본격적으로 백석의 '수라'에 대한 해설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인 '수라'는 '아수라'를 줄인 말로 악귀의 세계에서 싸우기를 좋아하는 귀신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관용적으로 '아수라장이다.'라고 얘기할 때의 그 아수라입니다. 서로 싸우고 갈등이 심해질 때 난장판인 모습을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지요. 즉 이 제품은 제목부터 부정적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백석이 작품을 썼던 당시 시대적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우리 역사의 암흑기였던 일제 강점기였습니다. 이러한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작품을 살펴보도록 하죠.
화자는 집에서 거미를 봅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버립니다. 우리 집에서 거미와 같은 벌레가 나오면 아무 생각 없이 죽이거나 버리잖아요. 화자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한 것이지요. 그런데 어미처럼 보이는 거미가 또 나오자, 화자는 자신이 버린 새끼 거미를 찾으려고 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화자는 자신이 가족을 헤어지게 했다는 생각으로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같은 상황이라도 이런 생각을 하지도 않고 하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화자는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요? 작품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화자는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부정적인 현실로 인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진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자신으로 인해서 거미 가족이 흩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졌으니 그것에 자책과 함께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여하튼 화자는 새끼를 찾는 어미같이 보이는 거미를 새끼 거미를 버렸던 곳에 또 버립니다.
화자가 냉정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버렸다는 표현보다 그곳으로 보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은데요.
춥고 위험한 밖이지만 그래도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만날 가능성이 높은 밖으로 거미를 보낸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에 화자는 슬픔을 느꼈고, 그 슬픔이 가라앉기도 전에 정말 아주 작은 새끼 거미가 나타납니다. 화자는 이번에는 새끼가 어미를 찾으러 왔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정말 강렬한 슬픔을 느끼게 되지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자책합니다. 아마도 화자 자신도 가족 공동체가 파괴된 경험을 했고, 본의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거미 가족 공동체를 파괴했다는 것에 깊은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새끼 거미를 밖으로 보내지요. 밖이 위험한 공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서요.
화자는 아무리 위험하고 힘들어도 가족이 함께 지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흩어지는 상황이 가장 안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이 작품의 내용을 정리하면, '수라'는 가족 공동체가 파괴된 상황을 의미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무리 힘겨운 밖이라도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좋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주제는 가족 공동체가 파괴되어 가는 비극적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석의 수라의 특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이 작품은 화자의 정서가 강해질수록 시구가 점점 길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잖아요. 감정이 격해지면 말이 많아지지요. 또 거미를 문밖에 버리는 일정한 행위가 반복이 되는데 이것에 따른 정서 변화를 중심으로 시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화자의 슬픈 정서가 점점 더 강해지는데 이것은 화자의 정서가 점층적으로 강화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백석, 수라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애상적, 상징적
주제 : 붕괴된 공동체 회복에 대한 소망.
특징:
1. 거미를 문밖으로 버리는 화자의 반복된 행위를 통해 시상이 전개되어 나감.
2. 거미를 대하는 화자의 감정이 점층적으로 고조됨.
백석, 수라 해제
이 시는 거미에 대한 화자의 반복된 행위와 그에 따른 감정 변화의 양상을 통해 급속도로 가족 공동체가 붕괴되어 가던 1930년대 후반의 민족적 현실을 그려 내고 있다. 시인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가족 공동체가 깨진 참담한 현실을 격심한 혼돈을 연상시키는 ‘수라’라는 제목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