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시인의 '자화상 부근'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이라는 회화를 모티프로 하여 창작한 현대시입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장르 간의 예술 작품들이 영향을 준 상호 텍스트적 맥락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 창작에 영향을 준 고흐의 작품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지요.
그럼 고흐의 그림을 우선 감상하시고, 본격적으로 작품 해설에 들어가 보도록 하지요.
문정희의 자화상 부근, 인간의 내적 갈등과 고뇌
그럼 본격적으로 문정희 시인의 '자화상 부근'의 해설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고흐의 그림을 모티프로 하여 창작한 상호 텍스트적 맥락의 작품이라는 설명을 앞서 드렸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장르에 불문하고 다른 작품들과 연결지어 시험 문제에 출제되어 있음을 염두해 두셔야 합니다.
그럼 우선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에 대해서 알아봐야 하는데요.
실제로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잘랐습니다.
당시 친구였던 고갱이 고흐가 그린 자화상과 실제 고흐의 귀 모양이 다르다고 지적을 했습니다.
이것에 반발을 한 고흐는 고갱과 말다툼을 버리다가 자신의 귀를 잘라 보여주며 그림과 같다고 주장을 했지요.
이것에 놀란 고갱은 고흐로부터 도망을 쳤고요.
이러한 고흐의 행동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지요.
진정한 예술을 추구하는 열정으로 살아갔던 그였으나,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힘겨웠던 삶은 그를 피폐하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며, 그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너무나 힘겨운 상황, 게다가 주위에 가까운 사람들도 없는 고독함은 그를 너무나도 힘들게 했을 겁니다.
사실 고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모여 살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초청했으나 고갱만 초청에 응하고 다른 사람들은 오지 않았지요.
여하튼 이렇게 자신의 귀를 자른 뒤의 고흐의 자화상에는 고흐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을 겁니다.
예술에 대한 열정, 그로 인한 광기, 외로움, 고뇌,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슬픔과 분노 등등.......
그리고 문정희 작가는 고흐의 작품을 보고 받은 영감을 시로 탄생시킨 것이지요.
그럼 이제 진짜로 작품을 살펴보도록 하죠.
작품의 시작에서 화자는 고흐의 '귀를 자화상'을 보고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고흐가 물고 있는 파이프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작품에서 '입에 문 파이프에서 / 진종일 까마귀들이 날아오르는 오후'라고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 까마귀는 연기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까마귀는 불길하고 죽음을 상징하는 소재로 많이 사용하지요.
까마귀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 같은데 온몸이 새까맣잖아요.
그래서 공포 영화나 좀비 영화 같은 데에 시체 주변이나 무덤가에서 많이 등장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까마귀에 대한 부정적 상징이 서양에서나 그렇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반포지효'라고 해서 까마귀는 늙은 부모를 봉양한다는 한자 성어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여하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까마귀'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고흐의 절망적 상황과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드러낸 것이지요.
또한 죽음의 이미지도 드러내고 있고요.
2연에서 '노오란 죽음'이라는 표현을 작품 속에서 사용하는데, 이것은 1연에 등장하는 '까마귀'와 같은 의미이며, 노란 담배 연기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즉, 작품에 등장하는 까마귀가 죽음의 이미지라는 것을 확실시함과 동시에 작품 속 노란색이 죽음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고흐의 자화상에는 노란색이 많이 쓰이고 있는데, 고흐 자신이 느끼는 절망감이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깊은 것이라고 화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노오란 죽음이 내려앉은 / 반 고흐의 방'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그림 속에 표현된 고흐가 있는 곳이 죽음의 이미지가 드리운 공간이라고 화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연에 두드러지는 표현상 특징을 알아보면 우선 '노오란 죽음'이라는 표현은 죽음이라는 추상적이고도 관념적인 표현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색채로 표현하여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즉, 관념의 형상화 또는 구체화라고 할 수 있지요.
또한 '반 고흐의 방'이라고 명사형으로 시행을 종결하여 시상을 집중시키고 여운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3연에서는 '삼나무'를 통해 고흐의 절망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의인법과 역설법을 활용한 '아름다운 고뇌를 울부짖다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죠.
삼나무는 고흐가 그림에 자주 사용한 소재로, 실제 이 그림에 활용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고흐의 그림을 보고 화자가 느끼고 상상한 주관적인 생각과 정서를 담은 부분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삼나무의 울부짖음이 '그대로 하나의 정물이 된다'는 표현을 통해서 고흐의 불안한 심리와 내면이 그림 속에 담겨 있다고 화자는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 화자는 고흐의 그림에 왜 그토록 집중을 하고, 공감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처지와 고흐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껴서 일 것입니다.
화자 자신도 심적으로 힘겨운 처지에 놓인 것이지요.
그러한 화자의 정서를 작품 속에서 '날 흔들지 마!'라는 표현의 반복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습니다.
화자의 혼란스럽고도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내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표현은 느낌표(!)가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영탄법이 쓰였습니다.
또한 동일한 시구의 반복, 또는 동일한 문장 구조(통사 구조)의 반복을 통해서 그 정서를 강화하고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5연에서도 화자의 상상이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는 내게 한 잔의 독주를 권하며 / 먼 이별을 예비시킨다'
여기서 '그'는 그림 속의 고흐를 의미합니다.
'독주'는 이별과 죽음의 이미지와 관련이 깊지요.
독이 든 술을 마시면 죽게 되고, 그러면 영원한 이별이 될 테니까요.
'먼 이별'은 죽음을 의미하고, '예비시킨다'는 말은 준비시킨다는 의미이니 고흐의 그림을 보며 화자 자신도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의 주제는 고흐의 자화상을 보며 떠올리는 내면의 불안감과 절망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술 작품을 보며 왜 감동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작품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시인들은 정말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이니 그 공감의 깊이가 엄청 날 것이고요.
이제 문정희의 자화상 부근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 작품은 고흐의 자화상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미술 작품을 창작의 모티프로 사용한 상호 텍스트적 맥락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림에 영감을 받은 작품답게 시각적 심상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며, 이를 통해서 그림 속 고흐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또 그림에 사용된 '담배 연기', '노란색'을 이별과 죽음의 이미지와 연결하여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림에 드러나지 않은 상황을 상상하여 고흐의 내적 갈등을 강조함과 동시에 화자의 정서와도 연결 짓고 있습니다.
문정희, 자화상 부근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고백적, 성찰적, 역설적, 애상적
주제: 고흐가 느끼는 내면의 불안감과 내적 고뇌, 고독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절망감과 좌절감
특징:
1. 고흐가 그린 자화상을 보며 느낀 점을 창작의 모티프로 활용.
2.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그림 속 고흐의 내적 심리를 구체적으로 묘사.
3. 그림 속 다양한 사물을 토대로 이별과 죽음의 이미지를 나타냄.
4. 실제 그림에 나타나지 않는 까마귀와 삼나무를 활용하여 고흐의 내적 심리 강조.
5. 동일한 시구 반복을 통해 운율 형성 및 의미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