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된 현대 소설 작품인 문순태 작가의 '말하는 돌'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요즘 문순태 작가의 작품이 EBS 연계 교재에 자주 출제되는 것 같아요. 입시 문학에서 인정받고, 요즘 인기가 있는 작가로 보이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잘 챙겨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순태의 말하는 돌 상세 해설
문순태 작가의 현대 소설 '말하는 돌'에 대한 본격적인 해설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6·25 전쟁 중에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한을 풀고 복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상대방을 죽이거나 나락으로 보내는 그런 복수가 아닌, 자신이 성공하여 자신의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사람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죠. 이러한 복수심이 원동력이 되어 성공한 '나'는 30년이 지나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묘지를 이장하는데 아버지를 죽게 한 사람들을 동원합니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여서 마을 사람들은 별로 놀라거나 죄스러움이나 위축감 따위를 보이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6·25 전쟁이 끝나자 서로에게 입혔던 상처와 아픔에 대해 일정 부분 무뎌졌던 것이지요. 이 작품은 이러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나'는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끼고 왠지 오히려 자신의 이러한 행동이 아버지를 욕되게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못생긴 큰 돌'을 가지고 갑니다. 이 '못생긴 큰 돌'은 '나'에게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로, 과거 제대로 된 무덤도 못 만들고 쫓겨 갔을 때 무덤을 덮었던 돌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 돌에 아버지의 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즉 아버지와 동일시되는 존재지요. 그리고 이 돌이 마치 자신을 꾸짖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목인 말하는 돌의 의미가 되겠지요. 이제는 용서와 화해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 말입니다. 정리하면 이 작품의 주제는 전쟁의 비인간성과 화해를 통한 인간의 순수성을 회복해야 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작품이 너무나 교훈적이고 도덕적인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살짝 해봅니다. 용서를 해야 하는 사람은 30년이 지난 후에도 잊지를 못하고 용서를 못하는데, 용서를 빌어야 하는 사람은 자신들의 잘못을 잊고 스스로 용서를 한 것과 같은 상태라니요. 뭔가 이치에 안 맞지 않나요? 용서라는 것은 잘못한 사람이 피해자에게 간절하게 용서를 빌고 그 책임을 다하고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당시는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나,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자기 합리화나, 그냥 세월이 흐르면서 흐릿해지며 유야무야 되는 것이 아니라요.
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단편 소설.
성격: 회고적, 현실 고발적.
배경: 6·25 전쟁 중(1950년대)과 1980년대, 월곡리 마을.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제: 인간성이 파괴되고 공동체가 분열되는 전쟁의 참담함 + 화해를 통한 인간의 순수성 회복.
특징:
1.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파괴와 공동체의 분열을 표현함.
2, 주인공이 주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내용이 전개됨.
3. 상징적 의미를 지닌 소재를 사용하여 주제 의식을 전달함.
'못생긴 큰 돌'의 의미
· ‘나’에게 고향을 상기시키는 소재로, 고향 사람들의 마음을 되새기도록 만듦.
· 과거 아버지의 무덤을 덮었던 것으로, ‘나’에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함.
· ‘나’가 아버지의 혼이 들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 아버지와 동일시됨.
· ‘나’를 도와 궂은일을 함께했던 장돌식과 ‘나’의 우정을 떠올리게 함.
전체 줄거리
‘나’의 아버지는 부면장네 머슴으로 ‘나’는 아버지를 따르고 존경한다. 이후 6·25 전쟁이 발발하고 아버지는 이념 대립의 와중에 부면장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마을 사람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나’는 아버지의 시신을 묻은 후 쫓기듯 고향을 떠난다. 오랜 세월이 흘러 성공한 ‘나’는 아버지의 무덤 이장을 위해 고향인 월곡리로 돌아온다. ‘나’는 장돌식을 만나 마을의 근황을 전해 들으며 ‘나’가 떠나고 5년 뒤 아버지의 누명이 벗겨졌음을 알게 된다. 이장 당일, 마을 사람들은 한데 모여 ‘나’가 준비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신나게 판을 벌인다. 이장이 끝나고, ‘나’는 아버지의 이름과 자신의 정체를 밝힌 후 마을 사람들의 당황하는 표정을 기대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외려 처음부터 왜 밝히지 않았는지 묻거나, 돈 벌어서 효도 한번 푸짐하게 잘했다는 등의 덕담을 건넬 뿐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한을 풀어 주기는커녕 되레 아버지를 욕보이고 말았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30년 전 아버지의 무덤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올려 두었던, 커다란 돌만을 챙긴 채 버스를 타고 고향을 떠난다.
해제
이 작품은 전쟁 중 누명을 쓰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한을 풀기 위해 애쓰는 ‘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귀향한 ‘나’는 아버지의 묘지 이장 과정에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들을 동원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억울함은 이미 소명된 후였으며, 또한 세월의 흐름 앞에 기억과 상처 등이 무디어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복수는 의미가 없고 오히려 아버지를 욕되게 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상처의 치유가 복수를 통해서는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용서와 화해가 필요하다는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