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김선우 시인의 현대시 '신의 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작품의 제목에 등장하는 '신의 방'은 어떤 곳일까요? 살짝 답을 말씀드리면 제주도의 재래식 화장실인 '통시'입니다. 그럼 저와 함께 왜 화장실이 신의 방인지 알아보시죠.
김선우의 신의 방, 생명의 순환이 일어나는 공간
김선우 시인의 '신의 방' 해설을 시작할게요.
'신의 방'이라는 제목을 보면 뭔가 거룩하고 위대한 것이 등장해야 할 것 같은데 앞서 말씀을 드린 대로 작품 속 신의 방은 통시라는 제주도의 재래식 화장실입니다.
혹시 제주도 똥돼지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재래식 변소 밑에 돼지를 키우고, 돼지는 사람들의 배변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것이지요.
언뜻 매우 지저분해 보이지만 화자는 이러한 '통시'를 통해서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통시'라는 공간은 인간의 배변과 돼지우리가 함께 있는 공간으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자, 인간에 필요 없어 체내에서 버리는 배변을 돼지가 섭치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버림과 섭취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즉, '쓰레기+배변'은 돼지의 생존을 위한 먹이가 되고, 또 돼지의 배설물은 보리밭의 거름이 되면서 생명이 순환되는 것이죠.
이렇게 순환을 이루며 세상 모든 것들이 생존하게 되는 것이지요.
모든 것은 흙에서 발생을 하고 살아가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것처럼요.
따라서 우리가 더럽다고 생각하는 변소라는 공간은 더러운 공간이 아니라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의 먹이가 되면서 생명력을 다른 생명체에게 전달하는 순환과 연결의 장소이며 소중하며 가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공간인 재래식 변소를 하찮고 더러운 것으로 취급하여 이러한 공간을 없애려 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핵심적인 내용과 주제는 말씀을 드렸으니, 작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죠.
우선 이 작품은 얼핏 시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너무 길기도 하고요.
이러한 시를 산문적 어조를 가지고 있다고 표현을 합니다.
하지만 산문적 어조를 가지고 있는 작품도 시이니 만큼 운율을 가지고 있지요.
문장의 종결 표현을 '~요'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처음에는 제주도 똥돼지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돼지들은 통시라는 곳에서 살았다는 말을 하지요.
재래식 화장실 밑에 위치한 돼지우리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곳에서 돼지들은 눈비를 맞고 흙과 똥과 뒹굴면서 비바람과 햇볕을 고스란히 맞으며 살아가는데요.
자연과 함께 사는 돼지들의 삶을 통해서 자연의 일부가 되는 생활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이 돼지들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하여 먹이로 줍니다.
작품 속에서 '한때 빛나던 것들이 제 힘으로 다시 빛날 때'라는 표현을 통해서 음식물 쓰레기가 발효되는 것을 표현하고, 버려진 음식물에도 생명의 속성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돼지의 배설물은 보리밭 걸음으로 이쁜 보리들을 길렀다는데요'라는 표현을 통해서 생명 순환의 구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통시 문화를 미개하다고 생각한 나라의 높은 분이 시멘트를 통해서 없애려고 했다는 말을 합니다.
'시멘트'는 자연을 상징하는 흙과 대조되는 소재로 생명력이 없는 산업화와 불모지를 상징하는 소재입니다.
즉, 시멘트를 통해서 근대적 시설을 바꾸는 행위는 자연의 순환을 무시하고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와 현대인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죠.
화자는 화장실, 통시라는 공간이 배변과 섭취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생명의 순환을 이루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신이 거주하는 장소인 '신의 방'이 된다는 표현을 통해서 자연과 생명의 섭리 그리고 순환의 구조를 강조하고,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을 하며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김선우, 심의 방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산문시
성격: 묘사적, 사색적
주제: 생명의 순환이 일어나는 생명의 공간인 통시.
특징:
1. 제주도의 전통적 공간에서 생태적 순환의 의미를 찾고 있음
2. ‘생태적 가치관’과 ‘편리성,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대조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