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EBS 수능완성에 수록된 현대시 김기택 작가의 '쥐'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쥐를 생각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 징그러움? 더러움? 욕망? 탐욕? 아마도 이런 것들이 떠오르지 않을까요? 이 작품에서 쥐는 탐욕과 욕망을 상징하는 존재이지요. 왜 그런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시죠.
김기택의 쥐 상세 해설
김기택 시인의 '쥐'에 대한 해설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제목이기도 한 '쥐'입니다. 쥐의 입장에서 상황을 드러내고 있지요. 이렇게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처럼 표현하는 것을 의인화라고 하고, 의인화를 통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우화(=우의=우언) 또는 '알레고리'라고 합니다. 이번 수능완성 책에서 알레고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하고 싶어 하니 알레고리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할게요. 정리하면 알레고리(우화)는 인간이 아닌 것을 인간과 같이 표현하는 수법입니다. 그럼 그냥 사람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 왜 사람이 아닌 것을 통해서 글을 전개했을까요? 그것은 어떠한 상황이나 대상 또는 사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 뭘 이야기하고 있는지는 알지만 그래도 그 대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니, 비판의 대상도 그것을 직접적으로 물고 늘어져 보복하기가 애매한 거죠. 즉, 알레고리 수법은 비판으로 인한 위험은 회피하면서 비꼬는 강도는 높이는 방법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알레고리의 수법을 활용하여 탐욕에만 눈이 멀어 파멸해 가는 현대인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것이죠.
그럼 작품 내용에 대해서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 볼까요?
작품의 시작은 쥐가 불안을 느끼며 숨어 있습니다. 사람이나 고양이에게 발각이 되면 죽을 테니까요. 이러한 쥐에게 '어둠은 편안하고 안전하지만 굶주림이 있는 곳'입니다. 어둠 속에 숨어 있으면 먹이를 얻을 수 없으니까요. 쥐는 '몽둥이'와 '덫', '대낮'이라는 위협을 피해 먹이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이 쥐는 밥알을 발견하고 그것을 먹습니다. 그러나 그 밥알에는 향기로운 쥐약이 붙어 있었지요. 그리고 이 쥐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도 참지 못하고 쥐약이 묻은 밥알을 먹습니다. 이는 욕망에 이끌려 파멸하는 존재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부분이지요. 이러한 모습은 욕망을 충족하는 것에만 매몰된 현대인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우화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의 주제를 강조하고 인상 깊게 표현하기 위해서 작품에서는 역설적 표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모순된 말이지만 어떤 진실을 담고 있는 말들이요. '향기로운 쥐약'이나 '황홀하고 불안한 식욕'과 같은 표현이지요. 이러한 표현들은 알레고리와 더불이 욕망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우의적(우화적 = 우언적), 비판적, 풍자적.
주제: 욕망에 빠져 생명을 잃는 쥐와 같은 현대인을 비판.
특징:
1. ‘쥐’를 활용하여 욕망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을 우의적 수법을 통해 비판하고 풍자함.
2. ‘황홀하고 불안한 식욕’과 같은 역설적 표현을 활용하여 우리를 유혹하는 현대 문명의 파멸성을 부각함.
구성:
1~2행: 어둠 속에서 때를 기다리는 쥐.
3~5행: 쥐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들.
6~10행: 식욕을 채우기 위한 여정.
11~14행: 식욕의 덫에 빠져 죽어 가는 쥐.
해제
이 작품은 쥐의 시각을 빌려 물질문명에 매몰된 인간을 비판하고 있는 시이다. 참을 수 없는 욕망에 이끌려 파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쥐를 통해 인간성을 상실한 채 황홀해 보이는 대상에 대한 욕망에 매몰된 현대인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 의식을 드러낸다.
작품 속 역설적 표현의 효과
'황홀하고 불안한 식욕'과 같이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동시에 한 시어를 수식하고 잇는 경우 '역설적 표현'이라고 부른다. 작가는 이 표현을 통해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요소의 의미를 뛰어넘는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 즉 이 작품에서는 향기로운 듯 우리를 유혹하는 현대 문명들이 결국 우리의 삶을 망치고 있다는 진실을 드러내고자 우화적 표현과 더불어 역설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알레고리의 효과
시적 주체가 ‘쥐’의 입장이 되어 인간사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에, 우화적 표현 또는 알레고리라고 부르는 표현 방법이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쥐’의 식욕을 채우기 위한 행위가 결국 ‘쥐’의 생명을 앗아 가듯, 인간이 현대 문명이 만들어 낸 수많은 욕망의 대상들을 채우기 위한 것을 삶의 방향과 목표로 삼을 때 결국 인간성을 상실하거나 피폐한 삶을 살게 됨을 드러내고 이를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쥐'에게 주어진 시간
대낮은 쥐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가득하고, 어둠은 쥐가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기에 대낮은 쥐에게 부정적인, 어둠은 긍정적인 요소를 가진 시간인 것 같지만, 어둠의 시간에 채우고자 했던 욕망으로 인해 쥐가 결국은 생명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어둠을 결코 긍정적인 요소를 가진 시간으로만 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