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나라'의 작가인 김광규 시인은 당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작품을 많이 쓰신 분입니다. 바로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되고, 민중들이 국가 권력에 의해 탄압을 받던 시기에 대한 비판이지요. 2018년도 수능에 '묘비명'이라는 작품이 출제되었고, 2022학년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 '대장간의 유혹'이 출제되었습니다. 김광규 시인이 인지도가 높고,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 많다는 점에서 내신 시험에서는 열심히 공부를 하되, 수능 시험에는 나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이지요. 그리고 공부라는 것이 나올지 안 나올지 따지면서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이 작품도 열심히 공부를 하시라는 말씀입니다.
권력이라는 안개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는다.
이번 시간에 설명을 드릴 김광규의 작품 제목은 '안개의 나라'입니다. 안개의 나라는 안개로 뿌연 상태인 나라를 의미하겠지요. 보통 안개가 끼면 어떤가요? 앞이 안 보이고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이지요. 즉, '안개의 나라'는 안개 때문에 어떤 진실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진실이 은폐된 나라를 의미합니다. 시대상을 연관 지어 설명을 드리면 국민들이 제대로 된 진실과 상황을 알 수 없도록 은폐하고, 또 그렇게 뿌연 상태가 진실이라고 강요하고 세뇌하는 나라인 독재 시절의 우리나라를 의미합니다.
그럼 작품의 중요한 부분들을 말씀을 드렸으니 본문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안개의 나라에는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구절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안개로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든 안개의 나라는 겉으로는 평화로운 모습을 보입니다. 진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는 않는 것이겠지요. 감시와 언론 통제 등을 이용하여 권력층의 수많은 음모와 비리가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지요. 2023년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된 이강백의 '알'도 이 작품과 비슷하게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한하여 지배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보를 은폐하는 일은 실제로 우리나라에 있었던 일이지요. 1970년대 군부 독재 시절에요. 뭐 지금도 그 시도가 가끔 있는 것 같은데 인터넷 때문에 진실이 밝혀지기도 하고요. 즉 이 작품은 군사 독재 시절의 부조리한 모습을 풍자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표현을 통해서 부정적인 현실을 냉소하고,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지요.
2연에서는 이러한 안개가 지속되어서 사람들은 안개에 익숙해져서 사람들 자체가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한다는 민중들의 소시민성을 꼬집고 있습니다. 권력의 부정적인 면을 보지 못 한 채, 또는 알고 있어서 탄압을 받을 것이 두려워 그냥 일상에 순응하여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요. 이 작품은 부당한 권력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무기력하게 순응하는 시민들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3연에서는 이렇게 진실이 가려진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말하고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귀로 듣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말도 하고 있습니다.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귀로라도 들어서 현실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부정적인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토끼같이 큰 귀를 갖은 '토끼 같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부정적인 현실에 소극적으로라도 대응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인 것이지요.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안개의 나라이며 사람들은 안개의 나라에 산다는 표현으로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지금도 그렇다는 현재형의 진술을 통해서 사람들이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쉽게 바뀌지 않은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앞서서도 스치면서 말씀을 드렸지만, 결국 이 작품의 주제는 정보를 은폐하는 권력층의 횡포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김광규의 '안개의 나라'의 특징을 말씀을 드리면 우선 시각과 청각의 감각의 대비를 통해서 주제 의식을 드러냅니다. 보이지 않으면 듣기라도 해야 한다는 즉, 어떻게든 극복을 하려 해야 한다는 의미지요. 다음은 반어적 표현을 통해서 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안개라는 자연 현상을 이용하여
부정적 현실을 풍자하고 비판합니다. 안개라는 상징적 소재를 활용하여 우회적으로 상황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우회적 또는 우의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김광규, 안개의 나라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비판적, 풍자적
주제: 진실을 가리는 부정한 권력에 대한 비판과 민중의 노력
특징:
· 자연 현상인 안개를 활용하여 부정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풍자함
· 단정적 종결 표현을 반복하여 부정적 상황을 강조
· 반어적이고 냉소적인 표현을 통해서 의미를 강조
· 상징적이고 우의적 방식으로 풍자의 효과를 강화함
· 나약한 소시민이 억압적 사회에 대응하는 모습을, 포식자를 피하려고 귀를 세우는 토끼에 비유
→ 부정적 현실을 극복해야 하는 당위성 + 부정적 현실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구성:
· 1~3행: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안개의 나라
· 4~9행: 안갯속에서 아무것도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
· 10~17행: 듣는 것을 통해 현실에 대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