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소설 작품인 '검녀'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인상을 드러냄과 함께 조선 후기 허위적인 양반 사대부의 모습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고전 소설 '검녀' 해설과 해석 및 설명
고전 소설 작품인 '검녀'에 대한 해설과 해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검을 쓰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통 고전 소설은 구성이 매우 단순한데 이 작품은 특이하게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즉, 이야기(외화) 안에 이야기(내화)가 있습니다. 외화는 검녀가 명성이 높은 진사 소응천에게 찾아가 자신을 첩으로 삼아 달라는 이야기로, 이후 소응천의 능력 없음과 위선적 태도에 실망한 검녀는 소응천을 비판하고, 남장을 하며 남자로 살아가겠다는 말을 합니다. '소응천'은 조선 후기 양반의 허위적인 모습을 대표하는 인물로 극 중 비판의 대상이 되지요.
내화에서 주요 인물은 주인댁의 딸인 '소저'와 '나(검녀)'입니다. 권세가에 의해서 주인댁은 멸문지화를 당하고, 작품 속 '소저'와 '나'는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타향으로 도망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독특한 것이 여성인 주인공이 집안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검객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검술을 익혀서 아주 비범한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뛰어난 검술과 더불어 비행 능력까지 겸비하게 됩니다. 비현실적이고 전기적인 내용이 되겠습니다. 또 당시의 여성이 이렇게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장치가 필요합니다. 바로 '남장'이지요. 당시의 여성은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니까요. 즉, 이 작품에서 '남장 모티프'는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는 주요 장치가 됩니다. 물론 다른 작품들에서도 '남장 모티프'를 통해 여성이 사회 활동을 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장치로 활용하지요.
여하튼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지게 된 소저와 검녀는 원수의 집안을 찾아가 원수를 갚고 부모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소저는 여성의 옷으로 갈아입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옷을 갈아입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의미지요. 이후 소저는 시비인 검녀에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합니다. 자신은 여자라서 가문의 대를 이을 수 없으며, 친척이 없어서 혼인도 하지 못하고, 또 혼인을 할 수 있더라도 자신의 마음에 드는 배필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부녀자로서 제대로 된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자결을 해야겠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시비인 검녀에게는 살아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서 혼인을 하라고 합니다. 이렇게 당부를 하고 소저는 실제로 자신의 말을 실행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동안 그렇게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았던 소저가, 복수를 끝내고 갑자기 당시의 가부장적인 가치관과 남성 중심적 가치관을 들이대는 것이 좀 이해가 되지 않기는 해요.
검녀는 소저의 당부에 따라서 명성이 자자한 선비였던 '소응천'을 찾아갔던 것이죠. 그런데 소응천은 뛰어난 인물이 아니었고, 검녀는 소응천을 비판하고, 그동안 살아왔던 것처럼 여성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남성으로서의 삶을 계속 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떠나게 됩니다.
* 수정과 편집이 가능한 문서 파일 형태의 해설 자료가 필요하신 분은 국어자신감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으시면 됩니다.
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고전 소설, 한문 소설
성격: 교훈적, 비현실적
주제: 조선 후기 허식적인 사대부의 모습 비판과 선비로서 지녀야 하는 명분과 의리 강조.
시점: 외부 – 전지적 작가 시점 / 내부 – 1인칭 주인공 시점
특징:
1. 고전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액자식 구성이 활용되었음.
2.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과, 비판적인 남성의 모습이 드러남.
3. 남장 모티프를 여성이 사회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으로 활용함.
해제
‘검녀’는 조선 후기의 학자 안석경(安錫儆)의 문집 ‘삽교만록(霅橋漫錄)’에 수록된 한문 단편 소설이다. 원래는 제목이 없이 수록되어 있다. 안석경이 삽교로 들어간 것은 50세(1768년)로 1770년~1773년 경 저술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녀’의 주인공은 당대 사회에서 낮은 신분의 여성이었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존중했고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었기에 당당한 여자로서 독립할 수 있었으며, 그녀가 모시던 소저는 비록 자결을 택하지만 수년간 검술을 익혀 집안의 원수를 갚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의지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상을 보여 준다. 반면에 남성인 소응천은 가식적인 양반의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순종적인 여성을 이상형으로 생각하던 당시의 시대 분위기에서, 남자에게 예속되길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서, 한 주체적 여성으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여성상을 묘사한다는 점은 이 작품이 갖는 매우 독특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은 “단옹이 호남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다.”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이야기를 전해주는 화자 역할을 하는 단옹(丹翁)이라는 사람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소응천은 실존 인물이다. 단옹은 바로 안경석의 친구였던 민백순(閔百順)인데, 그는 노론의 영수 민진원(閔鎭遠)의 손자로, 후에 벼슬이 승정원 좌승지까지 올랐다. 안석경과는 선대부터 교유가 있어 유달리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민백순이 아버지의 귀양지였던 나주에 따라갔을 때 들었을 이야기일 가능성이 있다. 소응천(蘇凝天)은 파당으로 인한 혼란한 현실을 떠나 두류산으로 들어가 은거하며 이곳저곳을 유람하다가 말년에 전주로 나와 일생을 마친 인물이다. 당시 호남에서는 그가 남명 조식 이후의 고결한 처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고, 따라서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있었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소응천더러 '과분한 명성 때문에 화를 입을 수 있으니 욕심을 부리지 말라'라고 충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는 무고를 받거나 피세입산(避世入山)이라는 죄목으로 끌려갔던 일이 있어서 실제 삶과 부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