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EBS 수능완성에 수록된 규방 가사 작품인 '봉선화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규방 가사는 일반적으로 당시 봉건적 사회 하에서 고통을 받던 부녀자들의 한을 담은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그러한 내용이 없이 봉선화를 예찬하며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보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규방 가사 중에서는 차별화된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어, 눈여겨서 공부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편집과 수정이 가능한 파일 형태의 2023년 EBS 수능특강 및 수능완성 해설 자료가 필요하시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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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분석하는 선생, 문분선
봉선화가, 봉선화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부녀자의 노래
그럼 본격적으로 규방 가사이자 내방 가사인 '봉선화가'를 해설하겠습니다.
우선 가사라는 갈래는 조선 시대에 유행했던 운문과 산문이 결합된 형태의 갈래를 말합니다.
공부하는 입장에서 운문에 분류가 되어 있기는 합니다.
시조의 운율 형성 구조인 4음보가 반복되는 음보율과 3·4조 또는 4·4조의 음수율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내용이 길어 스토리가 있다는 점에서 산문적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규방'과 '내방'의 의미는 부녀자가 기거하는 방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규방 가사' 혹은 '내방 가사'의 의미는 부녀자가 쓰고 향유했던 가사를 의미합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을 했지만 조선 시대의 부녀자들은 사회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으며 살아가야 했습니다.
봉건적인 관습에 의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부녀자들이 많았지요.
따라서 '규방 가사'는 이런 사회적 억압 속에서 겪는 삶의 힘겨움과 한에 대해서 노래를 한 작품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설명을 드리는 '봉선화가'는 규방 가사이고 여성적 화자로 설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드러내는 부분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다른 규방 가사와는 차별화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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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봉선화가'라는 제목답게 화자의 봉선화에 대한 애정과 봉선화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품의 시작은 봉선화 이름의 유래를 말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옛날 전설에 농옥이라는 사람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면서 지상의 인연을 봉선화에 담았다는 이야기가 있나 봅니다.
그리고 봉선화의 푸른 잎이 봉황의 꼬리와 비슷하고, 꽃잎은 신선의 치마를 펼친 것과 같다 하여 '봉선'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다고 하지요.
저도 어렸을 때 봉선화를 가지고 많이 놀고, 또 손톱에 물도 많이 들였지만 이렇게 대단한 꽃인지는 몰랐습니다. ^^
참 봉선화는 봉숭아꽃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봉숭아꽃이라는 이름이 더 친근하긴 해요.
봉선화는 향이 없나 봅니다.
화자는 봉선화가 향이 없음을 나비와 벌과 같은 존재를 유혹하지 않는 정숙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여, 봉선화의 정숙한 기상을 여성이 본받을만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봉선화를 따서 잘게 빻습니다.
그리고 백반과 함께 손톱에 쌓아서 봉선화 물을 들이지요.
요즘 세대들은 봉숭아 물을 들이는 것이 생소하시겠지만, 저와 비슷한 또래는 아마도 봉숭아 물을 손톱에 들이는 것이 익숙할 겁니다.
어릴 때 외가에 가면 곧잘 손톱과 심지어 발톱까지 봉숭아 물을 들이곤 했죠.
예전에 뱀이 백반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들으면서 뱀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을 하곤 했는데요.
어린 시절에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하고 또 이런저런 생각들을 참 많이 했네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봉숭아 물을 들이는 것을 정말 세련되고도 화려하게 꾸며서 표현을 합니다.
직유법을 활용하여 봉선화를 빻은 것과 봉선화를 손톱에 싸맨 것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있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빨갛게 물든 손톱을 만족스러워하며 친구에게 자랑을 합니다. ^^
화자가 잠깐 잠에 들었는데 꿈에 녹의홍상을 입은 여인이 등장을 합니다.
녹의는 연두색 저고리, 홍상은 붉은 치마를 의미하는데, 원래는 젊은 여자의 고운 옷차람을 의미하는 단어이나, 여기서는 봉선화의 화신을 의미합니다.
즉, 봉선화 꽃이 사람으로 변신한 것이죠.
봉선화를 사람으로 표현했으니 의인화가 된 것이고요.
여하튼 꿈에서 깬 화자는 그것이 봉선화가 자신에게 이별 인사를 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봉선화가 핀 곳을 바라보니 진짜로 봉선화들의 꽃잎이 땅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봉선화와의 이별을 슬퍼하던 화자는 봉선화에게 해마다 꽃이 피니 다시 만날 수 있고, 또 자신의 손톱에 봉선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작품은 '봉선화 이 이름을 누가 지어냈는고 이렇게 해서 지었어라'라는 시구로 마무리되는데요.
이 구절은 서사에서 설명한 봉선화라는 이름의 유래와 긴밀하게 호응을 하고 있습니다.
농옥이 봉선화에 남겨놓은 속세의 인연이 화자인 규중 여인과 봉선화의 인연으로 변용되어 연결되는 것이지요.
즉 쉽게 화자와 봉선화는 아주 엄청난 인연을 가지고 있어 서로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인연이라는 것이죠.
이렇게 봉선화를 좋아하는 화자를 보자니,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화자가 떠오르네요.
봉선화가의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앞서 설명을 드린 대로 다른 규방 가사들과 달리 근심과 걱정을 토로하지 않고 긍정적인 정서를 드러냅니다.
또 정말 다채로운 수사법을 활용하여 봉선화에 대한 아름다움을 화려하게 수식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1인칭 시점의 독백적인 표현으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정을 유려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봉선화가 작품 상세 설명
봉선화가 핵심 정리
갈래: 규방 가사, 내방 가사
성격: 예찬적, 독백적
주제: 봉선화에 대한 여인의 깊은 정감
특징:
· 여인의 고뇌를 표현하는 대부분의 내방 가사와 달리 섬세한 감각으로 밝은 생활 정서를 드러냄
· 의인법, 직유법, 설의법, 대구법 등 다양한 수사법을 활용하여 봉선화에 대한 여인의 정감을 섬세하게 표현
· 봉선화를 대하는 여인의 섬세한 감정을 일인칭 시점의 독백체로 잘 표현함
· 뛰어난 색채 이미지 활용으로 감각적으로 형상화함
구성:
· 서사(1~6행): 백화보에 실린 봉선화 이름의 유래.
· 본사 1(7~10행): 봉선화의 정숙한 기상에 대한 칭찬.
· 본사 2(11~22행): 봉선화 꽃잎으로 손톱에 물들이는 과정.
· 본사 3(23~30행): 봉선화로 물든 손톱의 아름다움.
· 결사(31~45행): 봉선화의 낙화와 손톱에 남은 인연
봉선화가 현대어 풀이
규방에 할 일이 없어 백화보를 펼쳐 보니 /
봉선화 이 이름을 누가 지어 냈는가 /
신선의 옥피리 소리가 자줏빛 연기로 사라진 후에, /
규방에 남은 인연이 한 가지 꽃에 머물렀으니, /
연약한 푸른 잎은 봉의 꼬리가 넘노는 듯하며, /
침착히 붉은 꽃은 신선의 옷을 펼쳐 놓은 듯하구나. /
희고 고운 섬돌 깨끗한 흙에 촘촘히 심어 내니, /
춘삼월이 지난 후에 향기가 없다고 비웃지 마시오. /
취한 나비와 미친 벌이 따라올까 두려워서라네. /
정숙하고 조용한 저 기상을 여자 외에 누가 벗을 하겠는가? /
(봉선화를) 옥 난간에서 긴긴 날 동안 보아도 다 못 보아, /
사창을 반쯤 열고 몸종을 불러내어, /
다 핀 꽃을 캐내어 수상자에 담아 놓고, /
바느질을 그만둔 후에 안채에 밤이 깊고 밀 촛불이 밝았을 때, /
차츰차츰 꼿꼿이 앉아 흰 백반을 갈아서, /
옥같이 고운 손 가운데 흐무러지게 개어내니, /
페르시아 저 제후의 붉은 산호 궁궐을 헤쳐 놓은 듯하고, /
깊은 궁궐에서 절구에 붉은 도마뱀을 빻아 놓은 듯하구나. /
가늘고 고운 열 손가락에 수실로 감아 내니, /
종이 위에 붉은 물이 희미하게 스미는 모양은, /
미인의 얕은 뺨 위에 홍조가 어리는 듯하며, /
단단히 묶은 모양은 비단에 옥으로 쓴 편지를 서왕모에게 부치는 듯하다. /
봄잠을 늦게 깨어(열 손가락을) 차례로 풀어놓고, /
옥경대 앞에서 눈썹을 그리려고 하니, /
난데없이 붉은 꽃이 가지에 붙어 있는 듯하여, /
손으로 움켜잡으려 하니 어지럽게 흩어지고, /
입으로 불려고 하니 입김에 (거울이) 가려 보이지 않는구나. /
여자 친구를 불러서 즐겁게 자랑하고, /
꽃 앞에 나아가서 두 빛깔(꽃과 손톱)을 비교하니, /
쪽 잎에서 나온 푸른 물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말, 이것이 아니 옳겠는가? /
은근히 풀을 매고 돌아와서 누웠더니, /
연두저고리와 다홍치마를 입은 한 여자가 표연히 앞에 와서, /
웃는 듯, 찡그리는 듯, 사례하는 듯, 하직하는 듯하다. /
어렴풋이 잠을 깨어 곰곰이 생각하니, /
아마도 꽃 귀신이 내게 와서 하직을 고한 것이다. /
수호를 급히 열고 꽃 수풀을 살펴보니, /
땅 위에 붉은 꽃이 가득히 수를 놓았다. /
마음이 상하여 슬퍼하고 낱낱이 주워 담아, /
꽃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한스러워 마소. /
해마다 꽃 빛은 옛날 그대로 변함이 없으니, /
더구나 그대 자취가 내 손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
동산의 도리화는 잠깐 지나가는 봄을 자랑하지 마소. /
이십 번 꽃바람에 그대들(도리화)이 적막하게 떨어진들, 누가 슬퍼하겠는가? /
규중에 남은 인연이 그대 한 몸뿐이로세. /
봉선화 이 이름을 누가 지었는가? 이렇게 해서 지어진 것이로구나! /
작품 속 봉선화 이름의 유래
피리를 잘 불던 소사의 아내 농옥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면서 지상에서의 인연을 봉선화에 머물게 하였다.
이 꽃의 푸른 잎은 봉황의 꼬리 같고, 꽃잎은 신선의 치마를 펼친 듯하여 봉(鳳)과 선(仙) 두 글자로 그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