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의 현대 소설 '차나 한잔'은 겉으로는 인정과 배려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냉혹하고 계산적인 인간관계와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한 현대인의 불안 심리에 대해서 드러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김승옥의 '차나 한잔' 해설과 해석 및 설명
2026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된 김승옥 작가의 '차나 한잔'에 대한 해설과 해석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그'가 겪은 일인 '차나 한잔'의 의미가 매우 중요한데요. 작품의 주인공은 신문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런데 그는 배탈을 앓고 있지요. 그 이유는 그의 작품이 신문에 실리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져서입니다. 만화가 신문에 연재되지 않는 경우들이 생기면서 고용에 대한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심리적 불안이 배탈이라는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고요. 이것은 비단 작품 속 '그'의 문제라고만 볼 수 없습니다. 극한의 경쟁으로 내미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겪는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여하튼 그는 신문사에서 해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현실이 되지요. 신문사의 문화부장은 그에게 '차나 한잔'하자고 하지요. 차나 한잔이라는 말은 예의 바르고 배려를 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상 해고를 통고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즉, 이 차나 한잔이라는 말은 표면적으로는 인정과 배려를 표현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비정하고 이해타산적인 인간관계를 드러내고 있는 말이지요. '그'는 이 '차나 한잔'이라는 말에 분통을 터트립니다. 이 말은 '관계를 단절하면서도 인정과 배려가 있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동이 위선적이라고 느낀 것이지요.
그는 선배 작가인 '김 선생'과 함께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해고를 당한 일을 말하며 일하던 곳의 문화부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는 해고당한 후에 자신의 만화를 연재해 달라고 부탁했던 다른 곳의 문화부장을 생각합니다. 그는 이런저런 농담과 찻값을 먼저 내는 것으로 그의 만화 연재를 거절하고 그를 무안하게 만들지요. 이 부분을 잘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는 '김 선생'에게는 해고를 통보한 문화부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자신이 만화 연재를 부탁한 다른 회사의 문화부장을 생각하며 내적 독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온 그는 아내의 애정이 듬뿍 담긴 말을 들으며 위로를 받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힘들게 산다는 생각을 하지요. 옆방 아주머니가 밤까지 재봉틀을 돌리고, 또 보리밥을 먹어서 방귀를 뀌는 것을 들으면서요. 지금이야 먹을 것이 넘쳐 나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흰쌀밥을 먹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나 봅니다. 지금은 물론 쌀보다 보리가 비싸지만요. 이렇게 위로를 받고 마음이 조금은 풀린 '그'였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며 작품은 마무리됩니다.
이 작품의 주제는 '비정하고 이해타산적인 인간관계와 그로 인해 느끼는 현대인의 불안 심리'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서 '그'의 심리를 세밀하고 면밀하게 드러냄으로써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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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현대 소설, 단편 소설
성격: 사실적, 비판적, 자전적
주제: 비정하고 이해타산적인 인간관계와 현대인의 불안 심리
특징:
1.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그’의 심리를 세밀하고 면밀하게 드러냄.
2. 작가의 개인적 경험담이 반영된 자전적 소설임.
3. ‘차나 한잔’, ‘배앓이’ 등의 표현을 통해서 냉혹하고 이해타산적인 인간관계와 현대인의 불안 심리를 형상화함.
전체 줄거리
우연히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자신이 연재하고 있는 신문 만화가 며칠째 실리지 않은 것에 불안해하며 배탈로 아침을 맞는다. 만화를 그려서 신문사에 찾아가지만, 예감대로 문화부장의 해고 통지를 받는다. 문화부장은 ‘그’에게 차나 한잔하자며 다방으로 데려간다. 문화부장은 해고의 이유가 "그"의 만화가 재미없기 때문이라고 넌지시 말하며, 그의 후속으로 미국 만화를 수입해 연재하기로 했다고 한다. 문화부장과 헤어져 다시 다른 다방을 찾아 쉬던 ‘그’는 연재만화가 실려 있지 않은 어느 신문사를 찾아가 연재를 부탁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그 신문사의 문화부장은 쉴 새 없이 농담을 던지며 ‘그’의 청탁을 거절하고 찻값을 먼저 내버림으로써 ‘그’를 무안하게 만든다. ‘그’는 약국에 가서 배탈약을 사 먹고 어제 술을 마셨던 선배 만화가 ‘김 선생’을 찾아가 또 술을 마시게 된다. 김 선생과의 술자리에서 답답함을 토로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내의 따뜻한 반김을 받으며 앞날에 대한 암담함을 느낀다.
해제
이 소설은 1960년대 대도시에서 만화가로 살아가는 한 인물이 해고되는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의 비정한 도시적 인간관계와 현대인의 불안 심리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담이 반영된 이 작품 속에서 ‘차나 한잔’이라는 말은 인정과 배려의 전통적 인간관계가 경제적 가치에 근거한 비정한 현대적, 도시적 인간관계로 변질되는 시대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