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된 판소리계 소설 '토끼전'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정말 여러 가지 버전이 있으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등장인물 중 누구에 더 초점을 맞추었느냐에 따라서 제목이 다르기도 하고요. 그래서 '토끼전', '별주부전', '토생원전', '수궁전'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또 토끼전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한 '토공전'과 같은 작품도 있고요.
'토끼전'을 본격적으로 설명드리기 앞서, 이 작품을 비롯하여 편집과 수정이 가능한 파일 형태의 EBS 수능특강 및 수능완성 해설 자료가 필요하시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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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 상세 해설
그럼 본격적으로 '토끼전'의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드릴게요. 아마 이 작품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주 간략하게 말씀을 드릴게요. 용궁의 용왕이 병이 나서 죽네 사네 하고 있는 상황에서 웬 신선이 토끼의 간을 먹으면 산다는 말을 합니다. 신선도 좀 생뚱맞기는 하지요. 갑자기 튀어나와서 이런 말하고 사라진다는 것이 말이지요. 그 말을 들은 용왕은 자라(별주부)에게 토끼를 잡아오라고 시킵니다. 충성스러운 자라는 감언이설로 토끼를 꼬십니다. 토끼를 대하는 자라의 태도를 한자 성어로 말을 하면 '표리부동, 교언영색, 구밀복검'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토끼는 자라의 과분한 제안과 아첨에 허영심이 폭발하고, 자라에게 속아 용궁(수궁)에 가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자라는 당시의 관리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충성스러운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맹목적으로 명령에 따르는 존재라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토끼는 어떤 존재일까요? 평범한 백성 또는 민중 정도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속적 성공과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은 욕망으로 인해서 자라에게 속고 위험에 빠지는 존재이지요. 또 미리 말씀을 드리면 지혜와 재치를 통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기도 합니다. 즉,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지닌 민중을 상징하는 것이지요.
다시 줄거리로 돌아가서 자라와 같이 용궁에 간 토끼는 잔인한 진실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용왕은 토끼 자신의 출중한 능력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간이 필요했다는 사실을요.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는 것이 용왕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다른 존재의 생명을 빼앗아 자신의 삶을 영위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즉, 용왕은 당시 지배층의 폭력성과 피지배계층에 대한 횡포와 수탈을 보여주는 대상이지요. 거기에 토끼에게 말도 안 되게 속는 것으로 보아 무능력하고 멍청하기까지 하지요. 사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존재는 비판의 대상입니다. '토끼'도 '자라'도 '용궁'도 '독수리'도요. 그런데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사람처럼 인격이 부여된 의인화된 동물들이지요. 이렇게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처럼 표현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을 우화(=우의=우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사람이 아닌 것을 통해서 인간사를 비판하기 때문에 우회적으로 비판한다고 할 수 있고, 이렇게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풍자'라고 합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정리하면, 이 작품은 부정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 등장인물들을 통해 풍자하고 있는 우화소설이죠.
그 뒤의 줄거리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토끼가 꾀로 자신의 간이 육지에 있다고 용왕을 속여 다시 육지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또 독수리를 만나서 위기에 처하게 되지요. 그리고 그 상황에서 토끼는 또 독수리를 속입니다. 독수리는 토끼가 용왕에게 거짓말을 해서 살아 돌아왔음을 알면서도 탐욕에 눈이 멀어, 토끼에게 속아 놓치고 말지요. 이것이 토끼전의 기본적인 줄거리입니다. 그럼 주제는 무엇일까요? 여러 개의 주제를 가지고 있지요. '임금에 대한 충성심, 조선 후기 집권층의 횡포와 무능함,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의 중요성, 허욕에 대한 경계' 등이요. 앞서 설명을 드렸지만 다시 특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 판소리계 소설', '우화 소설(=우의=우언)', '풍자적', '해학적', '교훈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주제의 '양면성'과 표현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특징은 이 작품이 판소리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판소리계 소설이 무엇인지 설명을 드리지요.
토끼전에서 드러나는 판소리계 소설의 특징
판소리계 소설은 판소리의 영향을 받아 그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을 말합니다. 이러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근원 설화가 있습니다.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서 재밌게 각색을 하지요. 이것을 소리꾼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하여 판소리를 만듭니다. 그러니까 소리꾼이 10명이면 토끼전 10 작품, 1000명이면 1000개의 토끼전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것은 토끼전만의 특징이 아니라 판소리계 소설의 특징입니다. 이러한 특징을 자세히 말씀을 드리려면 '적층 문학', '장면의 극대화', '확장적 문체', '구비 문학'의 특징 등을 설명드려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은 판소리 사설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이니 다음으로 미루고 기회가 되면 설명드리기로 하지요. 아마 제가 예전에 판소리 작품들을 해설하면서 이미 설명을 했을 겁니다. 여하튼 '토끼전'은 '판소리계 소설'이기 때문에 워낙 '이본'이 많아 조금씩 내용이 다르기는 합니다. 이본이라는 것은 '내용의 큰 줄기는 같은데, 부분적인 내용을 조금 바꾸거나 표현을 다르게 하여 변형한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판소리는 공연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요. 아무 때나 볼 수 없습니다. 지금처럼 유튜브가 있는 상황도 아니니 소리꾼과 고수가 공연을 하고 있는 상황 있는 정말 운이 좋은 상황이어야 관람할 수 있지요. 그래서 아무 때나 볼 수 있도록 판소리를 소설로 각색한 것이 판소리계 소설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판소리의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지요. 가장 큰 특징으로 '주제의 양면성'과 '언어의 이중성'입니다. 앞서 말씀을 드렸듯이 판소리는 공연 문학입니다. 즉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관객, 계층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판소리는 발전했습니다. 바로 권력층인 양반과 피지배 계층인 평민들 모두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지요. 그래서 판소리는 양반이 좋아할 주제와 평민이 좋아할 주제를 함께 담았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 주제'와 속 안에 숨겨져 있는 '이면적 주제'로요. '언어의 이중성'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자어나 한시, 시조와 같은 것을 활용하는 양반의 말투와 일상어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평민의 말투를 동시에 활용하지요. 일반적으로 양반들이 사용하는 어려운 말을 먼저 쓰고 평민들이 쓰는 쉬운 말을 뒤에 사용하여 모든 계층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듦과 동시에 해학과 풍자적인 재미도 주는 것이지요. 이러한 특징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 판소리계 소설인 것이지요. 사실 설명을 드려야 하는 부분들이 엄청나게 더 많지만 생략을 할게요. 지금도 충분히 글이 긴 것 같으니까요. 여하튼 이러한 판소리계 소설은 다시 개화기에 현대 소설에 가깝게 각색이 되면서 '신소설'이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토끼전과 같은 작품들은 현대적으로 재해석, 재창조되어 다양한 매체에서 활용되고 있지요.
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판소리계 소설, 우화 소설
성격: 풍자적, 비판적, 우화적, 해학적, 교훈적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1.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의 중요성.
2. 허욕에 대한 경계.
3. 무능하고 부패한 지배층에 대한 풍자.
4. 임금에 대한 충성.
특징:
1. 근원 설화에서 출발하여 판소리를 거쳐 만들어진 판소리계 소설에 해당함.
2. 동물을 의인화하는 우화적 수법을 통해 인간 세상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풍자성을 지님.
3. 인물 간의 대화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됨.
4.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이 반복됨.
5. 한자어와 비속어, 고사성어와 속담, 과장된 표현 등을 활용하여 작품을 전개함(판소리의 특징)
토끼전의 전승 과정: 설화(구토지설) → 판소리(수궁가) → 판소리계 소설(토끼전) → 신소설(토의 간)
전체 줄거리
병이 든 동해 용왕은 토끼의 생간이 신효하다는 고명한 세 의원의 말을 듣고 자라에게 토끼의 간을 구해 오라고 명한다. 육지에서 토끼를 만난 자라는 온갖 감언이설로 토끼를 속여 용궁으로 데려온다. 용왕이 토끼를 죽이라고 명령하자, 토끼는 꾀를 내어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며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후 자라와 함께 육지에 도착한 토끼는 용왕의 미련함을 지적하고 자라는 하릴없이 돌아간다. 한참 살아 돌아온 기쁨을 누리던 토끼는 독수리에게 잡혀 또다시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토끼는 다시 한번 꾀를 내어 독수리로부터 벗어난다.
해제
1.
이 작품은 『삼국사기』의 「구토지설」 등을 근원 설화로 삼아 판소리 사설로 연행되다 소설로 정착된 판소리계 소설이다. 「토공전」, 「토생전」, 「별주부전」 등 120여 종의 이본이 존재하는 이 작품은 동물들을 내세워 당대 사회를 우의적 기법으로 풍자한 우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는 개인의 욕망을 위해 토끼의 희생을 강요하다가 토끼의 꾀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용왕의 모습을 통해 부패하고 무능한 지배층을, 용왕의 인정을 받기 위해 토끼를 속이는 자라의 모습을 통해 그릇된 충성심을 지닌 관리를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자신의 허욕으로 인해 위기를 겪다가 꾀로 이를 극복해 내는 토끼를 통해 허욕에 대한 경계와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지배층의 횡포를 극복해 내는 서민층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은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다양한 주제 의식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공간의 이동에 따라 위기와 이를 극복해 내는 기지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 한자어와 비속어, 고사성어와 속담, 과장된 표현과 비유적 표현 등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
이 작품에는 두 개의 상반된 인물 유형, 즉 전반부에는 속물적인 토끼와 우직한 별주부가 등장하고, 후반부에는 피지배층을 상징하는 토끼와 지배 계층을 상징하는 용왕이 대립되어 나타난다. 그래서 임금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별주부에게서는 봉건 사회의 충신을 찾아볼 수 있으며, 세속적인 유혹에 넘어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토끼에게서는 서민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런 작품의 구조가 주제를 이원화시키는데, 별주부의 입장을 부각하면 왕에 대한 충성심을, 토끼의 입장을 부각하면 허욕에 대한 경계(세속적인 욕망 풍자)를, 용왕의 입장을 부각하면 조선 후기 집권층의 횡포와 무능에 대한 풍자를 내세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물의 특징
◎ 토끼:
· 자기를 치켜세우며 벼슬을 주겠다는 자라의 말에 속아 넘어감. → 공명심이 강하고 헛된 욕심이 많음.
· 용왕에게 잡혀 간을 빼앗길 뻔한 위기에서 벗어나고, 독수리에게 잡혀 잡아먹힐 뻔한 위기에서 벗어남. → 위기를 극복하는 기지(꾀)가 있음.
◎ 자라: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를 유혹하여 수궁으로 데려감. → 용왕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우직함.
◎ 독수리: 수궁 용왕이 토끼에게 속은 것을 알고도 토끼의 말에 속아 넘어감. → 미련하고 욕심이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