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 시인의 '깃발'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바위'와 함께 유치환 시인의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 교재에 많이 실리는 작품이지요. 왜냐면 비유법과 역설법, 그리고 공감각적 심상, 구체적 사물의 관념화 등을 설명하기 좋은 작품이니까요. 그럼 이 작품을 함께 세세하게 살펴보시죠.
유치환의 깃발,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근원적 한계로 인한 좌절
그럼 본격적으로 유치환의 '깃발'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상상해 보시죠. 깃발은 끊임없이 바람이 부는 곳을 향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이러한 깃발의 모습을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고 표현하고 있지요. 소리를 내거나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어떤 것을 향한 열정과 간절한 소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 이 깃발은 어떤 것에 소망과 열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2행에 드러납니다.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에서 알 수 있지요. '해원'은 바다를 말하는 것으로 깃발은 바다를 가고 싶은 것이지요. 바다는 푸른색입니다. 그래서 바다는 일반적으로 희망, 소망, 이상향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 작품에서도 바다는 이상향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1행의 구절로 돌아가서 살펴보면 표현이 이상하지 않나요? 소리가 없는데 아우성이라니요. 문장 자체가 논리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어떤 것에 대한 열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지요. 이렇게 표면적으로는 모순되지만 진리나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을 역설이라고 합니다. 즉, 이 작품은 역설법이 쓰였고, 따라서 반어법과 구분하는 것이 시험 문제에 자주 출제가 되겠지요. 또 깃발이 흔들리는 것은 시각적 심상입니다. 그런데 깃발이 흔들리는 것을 '아우성'이라는 청각적 심상을 통해서 표현을 했지요. 이 구절은 시각적 심상과 청각적 심상이 동시에 쓰인 공감각적 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깃발이 흔들리는 것은 시각적 심상이 중심이 되고 청각은 보조 심상이 되니, 시각의 청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심상은 감각이라고 할 수 있고 감각이 옮겨져 가고 있으니 '감각의 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다시 작품의 내용으로 돌아가서 깃발을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깃발을 손수건이라고 표현한 비유법 중 은유법이 사용된 것이지요. '노스탤지어'는 향수, 즉 고향 또는 어떠한 것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라는 뜻입니다. 내용을 정리하면 깃발은 바다를 간절히 그리워하고 가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3연에서 '순정'은 깃발을 의미하는 시어로 깃발이 바다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순수함을 드러내고 있죠.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간절하게 깃발이 바다를 원해도 바다로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고요? 깃발은 깃발이 날아가지 못하도록 푯대, 즉 깃대에 묶여 있기 때문이지요. 즉, 작품 속 '이념의 푯대'라는 시어는 깃발의 운명적이고도 근원적인 한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깃발은 이상향인 바다로 갈 수 없는 근원적 한계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인간도 이상향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으나 근원적 한계로 인해서 이상향에 갈 수 없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는 시구입니다. 이러한 깃발의 마음을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라는 표현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지요. 애수는 깃발을 의미하는 시어로 깃발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깃발이 슬픔에 젖어 마치 백로, 쉽게 학이 날개를 펼치는 것처럼 펄럭이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고요. 백로는 흰색이지요. 바다는 푸른색입니다. 흰색과 푸른색의 색채 대비를 통해서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시각적으로 작품은 인상 깊게 표현하고 있지요.
그리고 이렇게 이상향을 간절히 소망하지만 갈 수 없는 슬픔을 작품 속에서는 '아, 누구던가 /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이라는 표현으로 드러냅니다. 이 부분에서 '애달픈 마음'은 깃발을 의미합니다. 이 시구의 의미는 이상향에 도달할 수 없도록 근원적 한계를 두고 인간을 만든 신에 대한 탄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라는 감탄사를 통해 도치법을 활용하고, 또 문장의 어순을 의도적으로 바꿔 배열하는 도치법을 통해서 이러한 인간의 운명에 대한 안타까움을 강조하고 있죠. 이 작품의 주제를 정리하면 이상향을 간절하게 소망하지만, 근원적 한계로 인해 그곳으로 갈 수 없는 인간적 한계에 대한 깨달음과 그로 인한 좌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 한 가지만 더 말씀을 드릴게요. 유치환의 깃발은 근원적 한계를 인식하고 좌절하고 체념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다시 도전하려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요. 그러나 서정주의 '추천사 춘향의 말 1'도 깃발과 유사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근원적 한계를 인식하고 있으나,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백점 방지 문제로 깃발과 추천사를 비교하는 문제가 내신 시험에서 가끔 나옵니다. 참고하시고요.
유치환, 깃발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상징적, 역동적
운율: 내재율
주제: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좌절.
특징:
1. 비유법을 통해 깃발의 보조 관념을 제시함 → 구체적 사물을 관념화함.
2. 깃발의 역동성과 색채 대비를 통해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함.
3. ‘펄럭임’과 ‘매어 있음’이라는 깃발의 두 속성을 통해 이상향에 대한 인간의 동경과 근원적 한계라는 주제를 표현함.
깃발의 의미
이 시에서 깃발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한없이 펄럭이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깃대에 매어 있는 숙명적인 한계를 지녔다. 이 시는 이러한 한계를 지닌 깃발을 통해 이상향에 도달하고자 염원하지만 현실적인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인간의 운명적인 한계와 좌절을 나타내고 있다.
해제
이 시는 이상향을 동경하지만 숙명적 한계로 인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과 고뇌를, 끊임없이 펄럭이는 '깃발'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