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의 연시조 작품인 '영언십이장'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흥을 노래한 전 12수의 작품으로 이번 해설에서는 2026학년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된 부분에 대해서 해설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지 '영언십이장(詠言十二章)' 해설 및 분석 (2026학년도 수능특강 수록)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읊으며 현실의 고뇌를 잊고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곤 했습니다. 신지(申之)의 연시조 '영언십이장'은 이러한 강호한정(江湖閑情)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작가가 송호강 절벽 위에 반구정(伴鷗亭)을 짓고 은거하며 겪는 삶의 흥취와 자연 친화적 태도를 노래합니다. 이 글에서는 '영언십이장'의 주요 구절을 중심으로 그 의미와 주제 의식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자 합니다.
작품의 배경과 작가
'영언십이장'은 작가 신지가 관직에서 물러나 향촌에 머물며 창작한 작품입니다. 그는 향촌 사족으로서의 은거 생활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삶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했습니다. 작품의 주된 공간적 배경인 '반구정'은 '갈매기를 벗하는 정자'라는 뜻으로, 작가 자신의 호를 따서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이는 작가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 자연과의 교감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영언십이장' 본문 해설 및 분석
'영언십이장'은 총 12 수로 이루어진 연시조이지만, 여기서는 작품의 핵심적인 주제가 드러나는 5개의 수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제1수: 반구정의 풍경과 물아일체(物我一體)
[원문] 청계상 반구정(伴鷗亭)에 극목소쇄 풍경일다 무심한 백구들은 자거자래 무삼 일고 백구야 날지 마라 네 벗인 줄 모를쏘냐
[현대어 풀이] 맑은 시냇가 반구정에서 바라보니 시선이 닿는 곳까지 경치가 맑고 깨끗하구나. 욕심 없는 갈매기들은 제멋대로 오가니 무슨 까닭인가. 갈매기야, 날아가지 말아라. 내가 너의 벗인 줄 모르겠느냐?
[해설] 제1수는 반구정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물과의 교감을 노래합니다. 화자는 맑고 깨끗한 풍경 속에서 욕심 없이 자유롭게 나는 '백구(갈매기)'를 발견합니다. '자거자래(自去自來)'하는 백구의 모습은 세속적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존재를 상징합니다. 화자는 이런 백구에게 "네 벗인 줄 모를쏘냐"라고 말을 건네며,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백구는 단순한 새가 아니라, 화자가 감정적으로 교감하고 동일시하는 자연 친화의 대상이 됩니다.
제2수: 반구정에서의 흥취
[원문] 백로주 돌아들어 반구정을 돌아가니 장연은 일공한데 호월(皓月)은 천리로다 아이야 풍광이 이러하니 아니 놀고 어찌하리
[현대어 풀이] 백로주를 돌아 반구정으로 가니, 길게 드리운 저녁 연기는 텅 빈 듯한데 밝은 달은 천 리를 비추는구나. 아이야, 경치가 이처럼 아름다우니 즐기지 않고 어찌하겠는가?
[해설] 제2수는 공간을 이동하며 느끼는 흥취를 노래합니다. '장연(長煙)'과 '호월(皓月)'이 어우러진 저녁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묘사합니다. 화자는 이 절경 앞에서 감탄을 금치 못하며 "아니 놀고 어찌하리"라는 설의적 표현을 통해 자연을 즐기는 즐거움을 강하게 표출합니다. 이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완전히 몰입하여 느끼는 풍류를 보여주는 구절입니다.
제6수: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
[원문] 연하로 집을 삼고 구로(鷗鷺)로 벗을 삼아 팔 베고 물 마시고 반구정에 누웠으니 세상의 부귀공명은 헌 신인가 하노라
[현대어 풀이] 안개와 노을로 집을 삼고 갈매기와 백로로 벗을 삼아, 팔을 베고 누워 물을 마시며 반구정에 누워 있으니, 세상의 부귀영화는 닳아빠진 신발처럼 여겨지는구나.
[해설] 제6수는 자연 속에서 만족하며 사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태도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화자는 안개와 노을('연하'), 갈매기와 백로('구로')를 각각 집과 벗으로 삼으며 자연과 완전히 동화된 삶을 삽니다. 이러한 강호한정의 삶 속에서 화자는 세상의 부귀공명을 '헌 신'에 비유하며 세속적 가치를 멀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가난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기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가치관을 대변합니다.
제7수: 세속을 초월한 달관적 태도
[원문] 맑으나 맑은 창랑파(滄浪波)에 태을 연엽 띄웠는데 탁영가 한 곡조에 잠든 날 깨우거든 유자(孺子)야 청탁자취를 나는 몰라 하노라
[현대어 풀이] 맑고 맑은 푸른 물결에 신선이 타는 배를 띄웠는데, 누군가 탁영가(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라는 노래)를 부르며 잠든 나를 깨우거든, 선비여, 세상의 깨끗함과 더러움(벼슬길에 나아감과 물러남)을 나는 상관하지 않겠노라.
[해설] 제7수는 '탁영가' 고사를 인용하여 삶에 대한 화자의 달관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탁영가'는 세상이 깨끗하면 갓끈을 씻고, 세상이 더러우면 발을 씻는다는 내용으로, 상황에 맞게 처신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화자는 누군가 이 노래로 자신을 깨우더라도, 자신은 세상의 '청탁(淸濁)', 즉 깨끗함과 더러움의 구분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현실 정치나 세속적 가치의 판단 기준을 초월하여 오직 자연 속에서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제11수: 자연의 영원성과 그를 닮고자 하는 의지
[원문] 청산은 만고청(萬古靑)이요 유수는 주야류(晝夜流)라 산청청 수류류 그지도 없을시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산수같이 하오리라
[현대어 풀이] 푸른 산은 영원히 푸르고 흐르는 물은 밤낮으로 흐르는구나. 산은 늘 푸르고 물은 계속 흐르니 그 끝이 없구나. 우리도 저렇게 멈추지 말고 산과 물처럼 변치 않으리라.
[해설] 제11수에서 화자는 자연의 불변성에 주목합니다. '청산'의 영원한 푸르름과 '유수'의 끊임없는 흐름은 유한한 인간의 삶과 대조를 이룹니다. 화자는 이러한 자연의 영원하고 변함없는 속성을 본받아, 우리도 학문과 도의 길을 멈추지 말고 자연과 같이 항구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이는 자연을 단순한 완상의 대상을 넘어, 인간이 따라야 할 도리와 이치를 품고 있는 스승으로 여기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총평 및 문학사적 의의
'영언십이장'은 강호에서의 삶을 노래하며 자연 친화적 태도와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화자는 세속적 가치인 부귀공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에 만족합니다. 대구법, 설의법, 고사 인용 등 다양한 표현 기법을 활용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작품 전반에 걸쳐 한자어 사용이 많고 다른 작품의 시구를 차용한 부분이 있어 창의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비판적 평가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언십이장'은 향촌에 은거하던 사대부의 삶과 정신세계를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조선 시대 강호 시가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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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및 핵심 정리
갈래: 연시조, 평시조(정형시, 외형률)
성격: 자연 친화적, 묘사적
주제: 반구정 주위의 풍경과 흥취
특징:
1. 자연 친화적 삶을 추구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남.
2. 세속적 가치 추구에 대한 화자의 부정적 태도가 드러남.
3. 대구법, 설의법, 반복법, 고사 인용 등을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부각함.
4. 지나친 한자어의 사용과 다른 작품의 시구를 옮겨와 창의성이 다소 떨어짐.
구성:
•제1수: 반구정 주위의 풍경과 자연과의 교감
•제2수: 반구정에서의 흥취
•제6수: 강호에서의 생활을 통한 속세와의 거리감
•제7수: 삶에 대한 달관적 태도
•제11수: 자연의 이치를 닮고자 하는 삶의 자세
해제
이 작품은 송호강 절벽 위에 반구정을 짓고 처사로서의 삶을 사는 작가가 강호에서의 생활을 노래한 시가이다. 작품에는 향촌에 머물며 살아가는 작가의 삶이 반영되어 반구정 주변의 풍광과 흥취가 주로 드러나 있다. 작가는 향촌 사족으로서 은거 생활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는 모습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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