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은 박인로의 '누항사'의 전문을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 것은 일반적인 양반 가사는 연군지정이나 자연 친화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관념적인 내용에 치중한 반면, 이 작품은 기존의 양반 가사의 핵심적인 내용을 가지고는 있지만 실제 화자의 힘겨운 삶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보통 양반들은 자신의 체면 때문에 구구절절하게 힘든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자신의 힘겨운 상황과 그에 따른 정서를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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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로의 누항사, 임진왜란 이후 신분제 혼란과 힘겨운 화자의 삶
그럼 본격적으로 박인로의 '누항사'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올해 EBS 수능특강에 수록되었지요.
누항사의 갈래는 가사입니다.
가사는 조선 시대에 유행했던 문학 갈래로 운문과 산문이 혼합된 형태의 장르입니다.
가사는 시조의 운율인 4음보와 3·4조 또는 4·4조의 음수율을 보이고 있어 운문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품을 살펴보면 시라고 하기에는 너무 길지요.
또한 스토리와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산문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지요.
정리하면 가사는 산문적 요소와 운문적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학 갈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가사 중에서 양반 가사입니다.
쉽게 양반이 쓴 가사라는 것이지요.
박인로의 누항사가 양반 가사라는 것과 아래에 말씀드릴 내용을 합하면 이 작품이 왜 중요한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의 제목인 '누항사(陋巷詞)'의 의미를 설명드리면, '누항(陋巷)'은 더러운 거리라는 뜻이고, '사(詞)'는
노래를 부른다는 의미지요.
정리하면 '더러운 거리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뜻이 됩니다.
조선 시대에 양반은 높은 계층으로 학문 수양을 평생의 업으로 삼는 계층으로 과거에 급제하면 벼슬을 하여 관리가 되고, 그게 아니더라도 경제적인 일에 관여하지 않고 살았던 계층입니다.
유학적 이념에도 또 양반 체면에도 양반이 경제적인 것을 따지는 것이 당시에는 옳은 일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이 내용을 다른 식으로 이해하면 경제적인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에 지장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나 조선 후기, 즉 임진왜란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양반을 비롯한 권력층의 권위가 떨어지면서 신분제가 흔들리고, 자본주의적인 경제 체제가 도입이 되면서 양반과 평민의 경제력이 역전되고 실질적인 지위가 바뀌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전쟁으로 인해서 땅이 훼손되고 이로 인해서 몰락한 양반이 발생합니다.
경제적 기반이 사라진 것이지요.
반대로 상인 계층은 전쟁으로 인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된 것이지요.
이러한 당시의 상황을 왜 이렇게 상세히 말씀을 드리냐면, 박인로의 누항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더러운 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의미의 누항사는 화자 자신의 삶을 압축해서 표현한 제목이기 때문입니다.
양반 신분이었던 화자는 처절하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난 때문에 끼니도 잇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요.
거기에 임진왜란 이후에 혼란한 상황 때문에 하인들도 양반인 화자의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당시의 신분제 동요가 나타난 부분이 되겠습니다.
거기에 화자는 먹고살려면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는 화자가 농사를 짓기가 어려웠지요.
거기에 농사를 제대로 지으려면 소가 필요한데 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화자는 체면 불구하고 이웃에게 소를 빌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아무 이익도 되지 않는데 거기에 신분제도 동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가 양반이라는 이유로 소를 빌려줄 리가 없지요.
양반의 체면에도 불구하고 소를 빌리려 했던 화자는 거절을 당하고, 힘 없이 돌아옵니다.
그리고 농사를 포기하지요.
그리고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양반의 도리를 저버린 자신을 반성하고, 자연 속에서 가난함에 만족하는 안분지족과 안빈낙도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결국 이 작품은 가난함에 굴하지 않고 선비의 도리를 지키며 청빈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인로의 누항사의 특징을 살펴보면 임진왜란 이후에 변화한 시대와 사회상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상황을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것이 일상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어려운 한자어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사실 예전에는 박인로의 누항사가 매우 중요한 작품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양반의 가사나 시조는 유교적 관념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박인로의 누항사는 힘겨운 현실의 처절함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어서 특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박인로의 누항사 외에도 유교적 관념보다는 현실의 힘겨움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험에 계속 같은 지문이 나올 수 없고, 또 패턴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예전에 중요시되던 작품들과 다른 패턴의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수능에 어떤 작품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대략적으로 어떤 스타일의 작품이 나올지는 예측이 되는 것이지요.
이밖에 다른 부분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여 공부하시면 되겠습니다.
박인로, 누항사 핵심 정리
갈래: 양반 가사, 은일(隱逸)가사
성격: 고백적, 사실적, 전원적, 사색적
주제: 누항에 묻혀 사는 선비의 곤궁한 삶과 안빈낙도의 추구
화자의 정서와 태도: 가난한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 비애와 좌절감을 느끼지만, 빈이무원(貧而無怨) 하며 유교적 이상을 버리지 않음
특징:
1. 전쟁(임진왜란) 직후의 궁핍한 삶을 대화체와 일상 언어의 사용으로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형상화.
2. 농촌의 일상과 관련된 어휘들과 어려운 한자어가 많이 쓰임
3. 운명론적 가치관이 드러남 · 자연에 은일하면서도 현실의 어려움을 직시하는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냄.
의의: 조선 전기 가사와 조선 후기 가사의 과도기적 작품
연대: 1611년, 조선 광해군 때
출전: <노계집>
구성:
서사: 길흉화복을 하늘에 맡기고 안빈일념으로 살고자 함.
본사 1: 충성심으로 백전 고투했던 왜란 회상.
본사 2: 전란 후 돌아와 몸소 농사를 지음.
본사 3: 농우가 없어 농우를 빌리러 감.
본사 4: 농우를 빌리지 못하고 그냥 돌아옴.
본사 5: 밤을 지새우며 탄식하다가 춘경을 포기함.
결사 1: 자연을 벗 삼아 살기를 소망함. (수록 부분)
결사 2: 빈이무원하면서 충효·화형제·신붕우에 힘씀.
박인로, 누항사 현대어 풀이
어리석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것은 나보다 더한 이가 없다. /
길흉화복(운명)을 하늘에 맡겨 두고, /
누추한 깊은 곳에 초가를 지어 두고, /
고르지 못한 날씨에 썩은 짚이 땔감이 되어, 초라한 음식을 만드는 데 연기가 많기도 많구나. /
덜 데운 숭늉으로 고픈 배를 속일 뿐이로다. 살림살이가 이러하다고 장부가 품은 뜻을 바꿀 것인가. /
안빈낙도하겠다는 마음을 적을망정 품고 있어, 옳은 일을 좇아 살려하니 날이 갈수록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가을이 부족한데 봄이라고 여유가 있겠으며, /
주머니가 비었거든 술병에 술이 담겨 있으랴. 가난한 인생이 이 세상에 나뿐이겠는가. /
배고픔과 추위가 몸을 괴롭힌들 일편단심을 잊을 것인가. 의에 분발하여 내 몸을 돌보지 않고 죽고야 말겠노라고 마음먹어, /
전대와 망태에 한 줌 한 줌 모아 넣고, /
임진왜란 5년 동안에 죽고야 말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
주검을 밟고 피를 건너는 혈전을 몇백 전이나 치렀던가. 한 몸이 겨를이 있어서 집안을 돌보겠는가. /
늙은 종은 종과 주인 간의 분수를 잊었는데, 나에게 봄이 왔다고 일러 줄 것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
밭 가는 일은 종에게 물어야 하지만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
몸소 농사를 짓는 것이 내 분수인 줄 알겠도다. /
잡초가 많은 들에서 밭 갈던 늙은이(은나라 이윤)와 밭두둑 위에서 밭 갈던 늙은이(진나라 진승)를 천하다 할 사람이 없건마는, /
아무리 갈고자 한들 어느 소로 갈 것인가? 가뭄이 몹시 심하여 농사철이 다 늦은 때에, /
서쪽 두둑 높은 논에 잠깐 지나가는 비에, 길 위에 흐르는 물을 반쯤 대어 두고, /
소 한 번 빌려주겠다 하는 엉성하게(탐탁지 않게) 하는 말을 듣고, 친절하다고 여긴 집에 달도 없는 황혼에 허둥지둥 달려가서, /
굳게 닫은 문밖에 우두커니 혼자 서서, / "에헴" 하는 인기척을 꽤 오래도록 한 뒤에, /
"아, 거기 누구이신가?" 묻기에 "염치없는 저올시다." "초경(저녁 7시~9시)도 거의 지났는데 무슨 일로 와 계신고?" /
"해마다 이러기가 구차한 줄 알지만은 /
소 없는 가난한 집에 걱정이 많아 왔소이다." /
"공짜로나 값을 치르거나 주었으면 좋겠지마는, /
다만 어젯밤에 건넛집에 사는 사람이 /
목이 붉은 수꿩을 구슬 같은 기름이 튀게 구워내고 /
갓 익은 좋은 술을 취하도록 권하였는데 /
이러한 은혜를 어찌 아니 갚겠는가? /
내일 소를 빌려주마 하고 굳게 약속을 하였기에 /
약속을 어기기 편하지 않으니 말씀하기 어렵구려." /
사실이 그렇다면 설마 어찌하겠는가. /
헌 짚으로 만든 모자를 숙여 쓰고 축 없는 짚신을 신고 맥없이 물러 나오니, /
풍채 작은 내 모습에 개가 짖을 뿐이로다. /
와실(작고 누추한 집)에 들어간들 잠이 와서 누워 있겠는가. /
북쪽 창문에 기대앉아 새벽을 기다리니, /
무정한 오디새는 나의 한을 더하는구나. /
아침이 끝날 때까지 슬퍼하며 먼 들을 바라보니, 즐기는 농가(농부들의 노래)도 흥이 없이 들린다. /
세상 물정을 모르는 한숨은 그칠 줄을 모른다. /
아까운 저 쟁기는 쟁기의 날도 좋구나. /
가시가 엉킨 묵은 밭도 쉽게 갈 수 있으련마는, /
텅 빈 집 벽 가운데 쓸데없이 걸려 있구나. /
춘경(봄갈이)도 거의 지났다. 팽개쳐 던져 버리자. /
자연을 벗 삼아 살겠다는 꿈을 꾼 지도 오래 더니, /
먹고사는 것이 누가 되어 아아, 잊었구나. /
저 냇가를 바라보니 푸른 대나무가 많기도 많구나. /
교양 있는 선비들아, 낚싯대 하나 빌려다오. 갈대꽃 깊은 곳에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 벗이 되어, /
임자 없는 자연 속에서 절로 절로 늙으리라. /
무심한(욕심 없는) 갈매기야 (나더러) 오라고 하며 말라고 하겠느냐. /
다툴 이가 없는 것은 다만 이뿐인가 여기노라. /
보잘것없는 이 몸이 무슨 뜻과 취향이 있으랴마는, /
두세 이랑 되는 밭과 논을 다 묵혀 던져두고, /
있으면 죽이요 없으면 굶을망정, /
남의 집 남의 것은 전혀 부러워하지 않겠노라. /
나의 빈천을 싫게 여겨 손을 젓는다고 물러가며, /
남의 부귀를 부럽게 여겨 손짓한다고 오겠는가. /
인간 세상의 어느 일이 운명 밖에 생겼겠는가. /
가난하여도 원망하지 않는 것이 어렵다고 하건마는, /
내 생활이 이러하되 서러운 뜻은 없다. /
좋지 못한 음식을 먹는 어려운 생활도 만족하게 여기노라. /
평생의 한 뜻이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데에는 없노라. /
태평스러운 세상에 충성과 효도를 일로 삼아, /
형제간에 화목하고 벗끼리 신의 있게 사귀는 일을 /
그르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
그 밖의 나머지 일이야 태어난 대로 살아가려 하노라.
박인로, 누항사 해제
작가가 임진왜란 후, 시골에서 살면서 시골살이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과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다. 궁핍하고 누추한 현실에서 오는 갈등과 괴로움을 솔직하게 그리고 있으며, 안빈낙도(安貧樂道)에 대한 지향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누항(陋巷)’이란 『논어』의 공자와 안회의 대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말로, 가난한 삶 가운데서도 학문을 닦으며 도를 추구하는 공간으로 자주 언급된다. 따라서 제목은 가난하나 원망하지 않는 ‘빈이무원(貧而無怨)’의 경지, 자연을 벗 삼아 도를 즐기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사상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일상생활의 언어를 폭넓게 사용하여 표현의 구체성과 생동감을 높이고 있다는 특징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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